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
생활고에… 우울증에… 희망잃고 떠도는가
2004년 자살률 OECD 최고
흔들리는 40대 가장 많아
2004년 자살률 OECD 최고
흔들리는 40대 가장 많아
‘자살이라는 유령’이 주위를 떠돌고 있다. 서울경찰청 자료를 보면, 매일 1.3명이 한강에 투신하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지하철 1~8호선 투신자 수도 59명이었다. 올해 초 영화배우 이은주씨가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비롯해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유태흥 전 대법원장, 정몽헌 전 현대 회장 등 자살은 유명인들도 비켜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자살자는 1만2천여명으로, 하루 평균 3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도 25.2명으로, 10년 전(1994년)의 10.5명에 견줘 2.4배나 늘어났다. 이때만 해도 자살은 사망원인 9위에 머물렀으나, 이 순위가 지난해에는 4위로 치솟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지난해 전체 자살자의 21%를 차지하는 등 가장 많았다. 특히 40대의 경우,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과 생활고 등에 따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7월 경남 진주시 진수대교 아래 진양호에서 숨진 채 발견된 7급 공무원 조아무개(41)씨는 승진심사에서 탈락한 뒤, 우울증 증세를 보여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또 같은 달 대전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숨진 이아무개(46)씨는 빚이 점점 늘어나자 자기 이름을 빌려주는 이른바 ‘대포통장’을 만들어 팔다 경찰조사를 받게 되자, 23층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이씨가 유품으로 남긴 지갑에는 단돈 600원이 들어 있었다. 2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고, 10대는 운수사고에 이어 2위였다. 성별로는 남성 자살자가 여성 자살자의 3배 수준이다. 최근 경찰청이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남성 자살자는 9385명인 데 반해 여성 자살자는 3908명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3배로 많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동기로는 염세·비관이 43%로 가장 높았고, 이어 병고(26%), 치정·실연·부정(9%), 빈곤·사업실패(8%), 가정불화(7%), 정신이상(6%) 등의 차례였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사망원인’을 보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로 비교한 자살률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 조사됐다. 국제비교를 위해 연령구조 차이를 제거한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4.2인데, 이는 헝가리(22.6), 일본(18.7), 벨기에, 핀란드(각 18.4) 등을 훨씬 앞지르는 수준이다.
백상창 한국사회병리연구소 소장은 “40대가 희망을 잃고 있다”며 “일할 곳을 잃고, 일자리가 있다 해도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두려움을 벗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백 소장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 때문에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쉽게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며 “이런 현상이 자살로 연결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홍식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우울증·알코올 중독 등 정신병리가 자살을 유발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정신건강 서비스가 열악한 편”이라며 자살예방 전담기구 개설과 자살예방 전문가 양성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사망자 수는 24만6천명으로 하루 평균 672명이 숨졌다. 사망원인으로는 암이 21년째 1위(6만5천명)를 차지했으며 이어 뇌혈관질환(3만4천명), 심장질환(1만8천명), 자살(1만2천명), 당뇨병(1만2천명) 등의 차례였다. 권태호 이정애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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