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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몸 부서져라 일해도…‘가난탈출’ 더 어려워졌다

등록 2015-01-27 22:01수정 2015-01-27 22:35

작년 저소득층 계층상승률 22.6%
조사 이후 최저…빈곤층 추락은 늘어

27일 낮 김현상(가명·62)씨는 새벽부터 주운 파지 30㎏을 집 근처 ㅁ고물상에 넘기고 ㎏당 90원씩, 모두 2700원을 받았다. 동네 마트를 좀더 훑으면 빈 박스야 더 얻을 수 있겠으나, 지긋지긋한 퇴행성 관절염은 김씨한테 그 이상의 노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루치 노동은 컵라면 한 개(1100원)와 막걸리 한 통(1200원), 그리고 100원짜리 동전 네 개를 남겼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의 0.8평짜리 ‘쪽방’에 사는 김씨한테 가난은 현실이자 미래다. 그는 “한달 임대료 23만원을 제때 내지 못해 길거리로 내쫓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최차혜(가명·56·여)씨의 형편은 조금 낫다. 최씨는 이달 월급으로 129만원을 받았다. 아직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한 두 딸과 생활하기엔 빠듯한 수입이다. 2008년까지 간병인으로 일할 땐 월급(100만원 안팎)이 더 적었지만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해 돈을 좀 모을 수 있었다. 최씨는 “(경기) 의정부시의 집에서 오가는 데 드는 교통비와 통신비, 난방비 등 생활비를 대느라 겨우 버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씨나 최씨나 ‘내일’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중산층이 고소득층으로 올라가는 ‘계층 상승’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27일 발표한 <2014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를 보면, 저소득층의 계층상승률 곧 저소득층 가구가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선 비율은 지난해 조사에서 역대 최저치(22.64%)를 기록했다. 여기서 저소득층이란 경상소득이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울 때 한가운데에 놓인 가구의 소득)의 절반 이하인 계층으로 4인 가구 기준 월소득이 약 215만원 이하(2013년)가 이에 해당한다. 중위소득의 50~150% 사이면 중산층, 그 이상이면 고소득층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한국처럼 복지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저소득층이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노동인데, 최근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수가 저임금의 비정규직 위주여서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워킹 푸어’가 많아졌다”고 짚었다.

저소득층의 계층 상승이 더 어려워진 반면,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미끄러지는 비율은 최근 크게 높아지고 있다. 2012년 조사 때 전년 조사와 비교해 6.14%였던 해당 비율은 2013년 조사에서 9.82%, 지난해 조사에서 10.92%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난해지기는 쉬워도 더 넉넉한 삶을 살기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2006년 시작된 ‘한국복지패널 조사’는 인구집단별 생활 실태와 복지 수요 등을 파악하려고 해마다 5000여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제9차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진행됐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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