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머니카드(선불제 교통카드)의 문제점을 발견한 서울지하철공사 역무원 김원영씨가 26일 시청역에서 카드의 오류들을 조사해 작성한 기록들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지하철 분명히 탔는데…사용기록은 없어
서울 지하철 3호선 약수역에서 고속버스터미널역까지 출퇴근하는 ㄱ아무개씨. 11일 아침 약수역 개표구에서 ‘티머니카드’(선불제 교통카드)를 요금정산기에 대자 오류 표시가 떴다. 역무원은 ㄱ씨의 카드를 판독해 카드에 승차정보가 입력된 것을 확인했다. 역무원은 ㄱ씨의 티머니카드 고유번호를 기록해 놓은 뒤 통과시켰다. 며칠 뒤 역무원은 약수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역을 찾아가 ㄱ씨의 사용 내역을 조회해 봤다. 뜻밖에도 사용 내역에는 11일치 사용 기록이 없었다.
ㄴ아무개씨는 13일 구의역~약수역, 약수역~합정역을 지하철로 이동했다. 이날 약수역에서 개표구에 티머니카드를 댄 순간 오류 신호가 나타났고, 역무원은 카드에서 ‘영수액 800원, 잔액 7900원’이란 승차정보가 입력된 것을 확인하고 들여보냈다. 역무원이 며칠 뒤 ㄴ씨가 그날 이용했던 역들을 모두 찾아가 기록을 조회해 봤더니 구의역에서 탈 때의 잔액이 7900원으로 나왔다. ㄴ씨가 두번째로 이용한 약수역에서는 요금 800원이 빠져나가지 않은 셈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수도권의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하면서 새로 선보인 티머니카드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스템 결함으로 요금 정산이 제대로 안 되는 일이 줄지어 발견되고 있다. 새 교통카드 시스템은 엘지씨엔에스가 구축했으며, 서울시가 대주주인 ㈜한국스마트카드가 운영을 맡고 있다. 지하철공사 등 수송기관은 사용 규모에 따라 수익금만 배분받고 있다. 따라서 티머니카드 사용기록이 누락되면 그만큼 수송기관의 수입도 줄어들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찾아낸 사람은 서울지하철공사 역무원 김원영(48)씨다. 약수역에 근무하는 그는 지난해 7월 새 시스템이 도입된 뒤 유독 티머니카드에 이런 오류가 종종 생기는 것을 발견하고, 오류가 났던 승객의 승하차 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용 기록을 조사했다.
그가 발견한 가장 황당한 사례는 16일 약수역과 압구정역을 오간 한 승객의 경우다. 카드를 읽어 보면 탑승정보가 기록돼 있지만 요금이 정산되지 않았다. <한겨레> 취재진이 지하철공사를 통해 한국스마트카드에 사용기록을 조회한 결과, 카드 사용기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우리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씨가 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오류를 발견한 사례는 5월 이후에만 70여건에 이른다. 그는 “지하철공사는 승객의 사용내역은 전혀 모른 채 시스템 운영업체가 배분해주는 돈만 받기 때문에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6일 자신이 발견한 일부 사례를 지하철공사 노조 홈페이지에 올렸다.
지하철공사는 이런 수익금 누락 사실을 시인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직접 자료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실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엘지씨엔에스, 한국스마트카드와 대책회의를 열기 위해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하루 교통카드 처리량 2200만건 가운데 민원이 들어와 환불해주는 돈은 10만원 미만일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시스템 보수·유지 업무를 맡은 엘지씨엔에스 관계자는 “한국스마트카드의 허가없이 이 문제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11일 약수역에서 김원영씨가 오류가 발생한 티머니카드의 탑승 기록을 확인하고 1천원을 충전한 뒤 발급한 영수증.
시스템 운영자인 한국스마트카드가 내놓은 이 티머니카드 사용내역에는 11일치 기록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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