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소·자금 제공 혐의 추가 기소
여성 동원 재력가 꾀어 수억 가로채
여성 동원 재력가 꾀어 수억 가로채
현직 판사에게 자신의 사건을 알아봐달라며 수억원을 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채왕’ 최아무개(61·구속 수감)씨가 영화 <타짜>를 뺨치는 사기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2011년 10월 초, ㅇ(72)씨는 “바람이나 쐬러 가자”는 여성 서아무개(63)씨의 꾐에 빠져 강원도 속초의 한 콘도로 향했다. 콘도에서는 화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노름판은 ‘돼지먹기 고스톱’으로 진행됐다. 멧돼지가 그려진 화투 패를 받은 사람이 한 사람당 10만원씩 기본으로 건 돈을 가져갔다. 판돈은 3점에 1만원, 추가 1점에 2만~3만원이었다. ㅇ씨는 연거푸 졌고 기다리던 ‘돼지 패’도 들어오지 않았다. 도박판에서 돈을 빌려주는 ‘꽁지’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8시간 만에 빚이 6500만원으로 늘었다.
한달 뒤 최씨의 충북 제천 별장에 초대받은 ㅇ씨는 만회를 노렸다. 노름 방식은 비슷했다. ‘돼지 패’를 잡은 사람은 한 사람당 최대 200만원씩 건 돈을 가져가기로 했다. ㅇ씨는 하룻밤 새 2억8000만원을 잃었다. 그중 2억5000만원을 갚겠다는 차용증을 쓴 뒤 2억원을 갚았다.
ㅇ씨가 특별히 도박 운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서씨와 한통속인 신아무개(66)씨 등이 판돈을 올리도록 바람을 잡고 패의 순서를 조작했던 것이다. ‘타짜’들은 ㅇ씨를 뺀 자기편에게만 ‘돼지 패’를 돌렸다. ‘사채왕’ 최씨는 사기도박 일당에게 도박 장소와 1억원의 도박 자금을 제공했다. 서씨는 ㅇ씨와 같은 편에서 노름을 해 ㅇ씨가 사기도박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힘들게 했다. ㅇ씨는 검찰에 “도박할 때는 정신이 혼미했다. 몰래 약을 먹인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서씨와 최씨 등 5명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최씨에게는 30차례에 걸쳐 법정이자 한도(연 49%)보다 높은 연 73%의 이자율 등으로 사채 1841억원을 빌려준 혐의(대부업법 위반)도 적용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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