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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제시장’처럼 영화찍어 전통시장 살릴래요”…상인·주민이 배우로 ‘레디, 액션!’

등록 2015-02-02 20:17수정 2015-02-03 10:22

2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암사종합시장에서 시장 상인들이 영화 <노래하는 시장> 촬영을 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2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암사종합시장에서 시장 상인들이 영화 <노래하는 시장> 촬영을 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영화 찍는 강동구 암사시장
‘문화관광형 육성시장’ 선정 계기로
상인들 애환 담아 이달말까지 촬영
감독 “주민들이 소통하도록 해야죠”
“비비크림 없어요? 얼굴이 빨개져서 안 되겠어요.”

닭집을 하는 이학수(57)씨는 얼굴빛을 밝게 보이도록 해주는 비비크림부터 찾았다. 따로 준비된 의상은 없다. 아침에 입고 나온 검은 등산복 바지, 파란 패딩조끼 차림 그대로 ‘영화 촬영’에 들어갔다.

“레디, 액션!” 신지승(52)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자 이씨는 오리를 손질하며 ‘해운대연가’의 한 소절을 불렀다. “푸른 물결 춤을 추고 물새 날아드는 해운대의 밤은 또 그렇게 지나가는데~.”

2일 오후 2시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서는 영화 <노래하는 시장>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이날 촬영분은 활력을 잃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인들이 즐겁게 노래하며 일하는 장면이었다. 출연자 섭외는 즉석에서 이뤄졌다. 암사동 주민 변재환(68)씨는 장을 보러 나왔다가 현장에서 바로 출연자로 간택됐다. “아유, 쑥스러워도 우리 동네 전통시장 살리는 일이라니까 하는 거예요. 전통시장이 살아야 우리 같은 서민들도 살죠.”

전통시장 상인과 장 보러 나온 주민들이 직접 연기하는 <노래하는 시장>은 전통시장을 다룬 최초의 장편영화다. 상인들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사연은 암사종합시장이 ‘문화관광형 육성 시장’이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의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 대상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시, 강동구 등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배경호(50) 암사종합시장 상인회장은 “연기는 한 번도 안 해봤지만, <국제시장>처럼 영화를 찍으면 우리 시장도 사람들에게 친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촬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떡집을 하는 배씨는 함께 떡을 만드는 아내의 허락을 얻어 촬영장에 나왔다.

감독은 신 감독과 그의 아내 이은경(46)씨가 공동으로 맡았다. ‘마을영화’를 찍어온 신 감독 부부는 1999년부터 전국을 돌며 마을 주민들이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신 감독은 “지난해 12월 제안을 받자마자 지난달 15일부터 암사종합시장 근처에 방을 얻어 시나리오와 촬영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주민들이 상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소통하도록 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라고 했다.

영화에는 상인들의 고민이 그대로 담겼다. 7년째 이곳에서 닭 장사를 하는 이씨는 “권리금 1억원에 한 달에 20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는데, 월세 맞추기도 빠듯하다. 그러니 젊은 상인들은 쉽게 전통시장에 들어올 수가 없다. 생각보다 많은 돈을 내고 들어왔는데 그 돈을 날리면 다시 일어서긴 힘들다”고 했다. 상인회장 배씨 역시 “사람들 발길이 아무래도 편한 대형마트로 쏠린다”며 한숨을 쉬었다.

노래하는 장면을 촬영한 닭집 사장 이씨는 라디오방송에서 ‘노래 장원’을 차지한 ‘준비된 배우’다. 신 감독은 “다듬어지지 않고 치장하지 않은 자기의 향기와 언어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분들은 오히려 진실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 촬영은 2월 말까지 진행되는데, 4일에는 시장 안에 전광판을 설치한 뒤 주민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사전 시사회’도 연다. 신 감독은 상영 방식과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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