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대법관 후보
‘박종철 사건’ 축소 의혹 수사팀 일원
시민 물고문한 경찰관 ‘불구속’ 지휘
언론사 회장 원정도박 ‘무혐의’ 처분
시민 물고문한 경찰관 ‘불구속’ 지휘
언론사 회장 원정도박 ‘무혐의’ 처분
‘검찰 몫’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된 박상옥(59) 후보자가 검사 시절 다룬 사건들에 대해 봐주기, 부실 수사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11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법정의를 책임지는 최고위 법관 자격이 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3일 박 후보자가 1987년 서울지검 검사 재직 당시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당시 검찰은 고문 수사관이 3명 더 있다는 자백을 받았으나 2명만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매듭지으려 했다. 권력층의 압력에 굴복해 수사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다. 대법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2009년 보고서를 보면, 검찰은 1987년 2월 박씨를 물고문한 경찰관한테서 “범인이 3명 더 있다”는 자백을 받았지만, 이미 구속한 2명만 기소하는 선에서 매듭지으려 했다. 검찰은 3개월 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이를 폭로하자 3명을 추가 구속했다. 검찰은 강민창 치안본부장은 무혐의 처분했다가 6월 민주항쟁 이후인 1988년 1월에 구속했다.
박 후보자는 당시 1·2차 수사팀에 속해 있었다. 수사팀의 ‘말석’ 검사였던 박 후보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부와 검찰 지휘부의 사건 축소 의도를 알았는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 최고법원의 법관으로 추천됐다는 사실이 기가 막힌다. 박 후보자는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이 문제에 대해 “조만간 청문회 인사검증 태스크포스팀을 통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1992년 부산지검 형사부에 있을 때 무고한 시민을 물고문한 경찰관을 불구속 입건하도록 지휘해, 공권력에 의한 심각한 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당시 이아무개 경장은 길거리를 지나던 전파상 직원 이아무개씨를 강도상해 사건 범인으로 지목해 파출소로 연행한 뒤 집단 폭행하고 물고문까지 했다. 박 후보자는 이 경장이 파면되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속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다. 서 의원은 “반인도적 범죄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불구속 처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경찰의 불구속 지휘 건의를 받고 일반적 절차와 기준에 따라 수사 지휘를 했다. 검찰 송치 후 사건은 다른 검사가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00년 서울지검 외사부장 때 장재국 당시 <한국일보> 회장의 원정 도박 혐의에 무혐의 처분을 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불과 2년 뒤 같은 부서는 장씨가 344만5000달러(약 37억원)를 빌려 도박을 하고 외환관리법을 위반한 사실을 밝혀내 구속했다. 이와 관련해 2002년 당시 수사 관계자는 “2000년과 달리 유력한 증인을 확보해 처벌이 용이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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