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 파문 일주일만에 백기
정책혼선 책임론은 여전
정책혼선 책임론은 여전
정부가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 원안을 다시 추진한다. 고소득층한테 보험료를 더 걷어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부과체계 개선안을 갑자기 ‘백지화’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한 주도 안 돼 다시 태도를 바꾼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과 복지분야 시민사회단체는 “개선안 원안 재추진은 당연한 결정”이라면서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국민건강보험 개편과 관련해 수시로 말을 바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3일 “여당에서 당정협의를 열자고 한 만큼, 당과의 협의를 통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에 관한)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안의 방향과 관련해서도 “건보료 부과체계의 개편을 늦춘 데 대한 국민적 비판이 일었고, 이를 받아들여 다시 논의하는 것인 만큼 비판을 수용하는 쪽으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이 마련한 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개선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이를 백지화한다고 밝힌 이후 6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정부의 입장 번복은 지도부가 물갈이된 여당의 압박이 그만큼 거셌기 때문이다. 전날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에 당선된 유승민 의원은 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건보료 (개편안) 추진의 취지에 대해서는 옳다고 생각하는 만큼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여당이 협의하자고 하면 우리로서는 당연히 응해야 하는 만큼, (당정협의를 통한 개선안 원안 재추진을) 출구전략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건보료 개편 백지화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원안 재추진’ 뜻을 밝히자,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뒤늦게나마 정부가 입장을 바꾼 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지난 일주일간 빚어진 ‘건보료 파동’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짚겠다는 태도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 정책의 추진 여부와 관련해 정부가 우왕좌왕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문형표 장관 등 건보료 개편 백지화 논란을 빚은 당사자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지난 일주일간 정부의 ‘갈팡질팡 복지행정’이 국민한테 끼친 충격이 큰 만큼,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이에 대한 사과와 불합리한 건보료 부과체계에 관한 개혁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짚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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