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남편’ 살해 주부, 숨겨둔 남친 드러나 형량 2배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볼수 없어”
항소심, 계획범행 판단…6년형 선고

오랜 기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이 숨겨둔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항소심에서 형량이 두 배로 뛰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39)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이씨는 2006년 주아무개(45)씨와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았다. 남편의 일상적 폭력에 시달렸다고 한다. 지난해 3월18일에도 주씨는 이씨를 때리고 화분을 던지면서 “아침이 되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 그 말에 이씨는 이튿날 새벽 침대 옆에 흉기와 장갑, 화분 받침대를 준비해놨다. 아침에 잠에서 깬 이씨는 주씨가 자신이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것을 막자 화분 받침대로 때리고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는 배심원단 의견에 따라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대법원 양형기준의 권고형인 징역 3~5년(‘참작 동기 살인의 감경 영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에게 숨겨둔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씨는 2012년 6월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러 온 박아무개씨와 친해져 1주일에 두 차례 함께 식사하는 정도의 사이가 됐다. 이씨는 구치소에 접견 온 사촌동생한테서 박씨가 자신을 무척 보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배심원들이 고려할 수 없었던 중대한 양형 요소가 빠져 있다면 그 잘못을 시정해야 한다”며 “이씨가 남자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남편을 살해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진지한 반성을 했다고 보고 형량을 정한 원심 판단은 심각하게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권고형인 징역 4~6년(‘참작 동기 살인의 기본 영역’) 가운데 가장 높은 형을 선고했다.

김선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