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지난해 9월23일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위로 레이스를 마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2월 말 열릴 국제수영연맹 반도핑위원회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박태환(26) 선수가 금지약물인지 모른 채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는 주사를 맞았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두봉)는 박씨에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된 약물을 주사하고 이 내용을 진료기록부에 기록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과실치상·의료법 위반)로 ㄷ병원 김아무개 원장을 6일 불구속 기소했다.
김 원장은 박씨 쪽이 “도핑검사에서 문제가 되는 약물은 피해야 한다”며 수차례 주의를 줬는데도 지난해 7월29일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세계반도핑기구가 사용을 금지한 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된 ‘네비도’ 4㎖를 주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금지약물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었고, 김 원장 역시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 줄 몰랐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가 ㄷ병원을 처음 다니기 시작한 2013년 11월부터 도핑 관련 약물에 대한 주의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네비도의 성분과 부작용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약물을 주사했다고 판단해 김 원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네비도가 든 병에는 ‘이 약물은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주의사항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독일에서 1975년부터 84년까지 9명의 수영선수에게 테스토스테론을 비타민이라고 속이고 먹인 의사에게 상해죄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며, 신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처방할 경우 상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검찰 수사 결과는 반도핑위원회 청문회에서 감경 사유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금지약물에 대한 자격정지 기간은 2년(지난해 기준)이지만 소명 사유에 따라 감경이 가능하다.
박씨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둔 지난해 9월3일 이뤄진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자 ㄷ병원에서 맞은 주사가 원인이라고 보고 지난달 김 원장을 고소했다. 검찰은 박씨 가족과 매니저 등이 병원 관계자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 여럿을 입수해 분석하고, 사건 관계자 10여명을 소환조사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박태환이 주사제로 맞았던 근육강화제인 네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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