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박상옥 대법관 후보 자격 논란…“대법원장이 임명 제청 철회하라”

등록 2015-02-06 19:41수정 2015-02-06 22:14

‘박종철사건 은폐 동조’ 걸러내지 못해…반대여론 빗발
박상옥(59) 대법관 후보자가 과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당시 수사팀 경력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애초 11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박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데다, 야당 의원들도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87년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실체를 알고도 은폐에 침묵·동조한 박 후보자의 경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는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하든가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을 철회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문회를 위한 사전 절차가 지연됨에 따라 11일 국회 청문회 개최는 불가능하게 됐다. 청문회의 파행이 계속되면 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상당기간 국회에서 표류할 수도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경력은 박 후보자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박종철 사건 당시 서울지검 형사2부 소속이었던 안상수 창원시장이 쓴 <안 검사의 일기>와 당시 수사기록 등을 종합하면, 박 후보자는 수사 도중 고문 경찰관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검찰 수뇌부의 은폐에 침묵함으로써 암묵적으로 동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 후보자는 1987년 1월 고문 경찰관 2명이 잡혀왔을 때 그중 한명인 강진규 경사의 조사를 맡았다. 박 후보자는 이들을 기소하고 한달여 뒤 “고문 경찰관 3명이 더 있다”는 그들의 말을 안상수 검사한테서 전해들었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에서 수사 지시가 떨어지지 않아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고, 3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으로 발령이 나면서 떠났다.

그해 5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고문 경찰 3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고, 검찰은 그제야 마지못해 재수사에 나선다. 박 후보자는 서울지검으로 다시 파견 와 재수사를 맡았고 추가 고문 경찰 3명 중 2명을 직접 조사했다. 당시 정구영 서울지검장이 기자회견에서 “추가 공범이 있다는 사실을 5월에 뒤늦게 알았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이때도 박 후보자는 침묵했다.

안상수 시장은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문 경찰관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자신과 박상옥 후보자)는 수사계획서를 쓰고 지시가 내려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검찰 내 상명하복 질서에서 수사 지시가 없는 상황에서는 단독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사 동일체 원칙’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말석 검사로서 박 후보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안 시장은 그의 책에서도 당시 검찰의 은폐에 대해 “검찰총장이나 검찰 수뇌부의 잘못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포함해 검찰에 몸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러한 일은 검찰의 치욕이고 검찰이 존재하는 한 그 자괴심은 영원히 씻지 못할 것이다”라고 반성했다.

박 후보자는 최근 이 논란에 대해 “송구하다”면서도 “당시 역할에 대해선 청문회 때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막내 검사로서 아무것도 못했다’는 설명은 대법관 자격 논란에 대한 변명이 못 된다는 의견이 많다. 검찰 수뇌부의 은폐에 침묵·동조한 사실 자체로 인권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법관 중 최고 법관인 대법관으로서 결격사유라는 것이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종철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적 사건이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87년 새 헌법도, 오늘의 우리의 민주주의도 없었을 것이다. 대법원이라는 시민의 인권을 옹호하는 중대한 인권기관에,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권유린사건의 은폐와 관련된 담당검사가,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로 임명된다는 것은 역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를 새 대법관으로 선택한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대법관 후보 3명에 박 후보자가 포함됐을 때 법조계에서는 박 후보자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앞서 양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추진을 앞두고 검찰 출신 국회의원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다양성’을 명분 삼아 검찰 몫 대법관 자리를 배려해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87년 개헌에서 대법원장한테 대법관 후보를 단수로 제청하는 권한을 부여한 이유에는 그간 독재정권의 인권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법부에 많은 권한을 넘겨주겠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이 임명제청권을 본래 입법 목적에 맞게 행사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결국, 조직 논리에 따른 대법관 임명제청으로 자충수를 둔 양 대법원장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 제청권자로서 대법원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대법원이 책임지고 사과할 일”이라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의 검증 기능이 무력화됐다. 법관 인사 추천 과정에서 주요 판결을 검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검찰에 대해서는 당연히 주요 수사를 검증했어야 했다. 대법원장은 인선 실패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다만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제청안을 이미 국회에 넘긴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경미 노현웅 이유주현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