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 에스케이브로드밴드 및 엘지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서 비정규직법 철폐를 주장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진행중인 노사 간 교섭
타결될 때까지 내려갈 수 없다”
타결될 때까지 내려갈 수 없다”
서울의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가 몰아닥친 9일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15미터 광고전광판에서는 강세웅(45)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서광주지회 조직부장과 장연의(41)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연대팀장이 고공농성을 나흘째 이어가고 있다. 전남 광주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에서 인터넷 AS 기사로 일했던 강 조직부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맹추위 속에서 마실 물도 얼어붙어버렸다”며 고공농성 상황을 전했다.
폭 2m 남짓한 광고전광판 위에 선 두 사람은 거센 바람에 몸이 흔들려 위태로워보였다. 광고전광판에 오른 지난 6일 이후 이들은 밧줄로 쇠기둥에 몸을 묶어 지탱했다. 하지만 밧줄로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지난 8일에는 광고전광판 아래에 에어매트를 설치한 119구조대원들이 허리에 차고 줄을 기둥에 거는 안전장비를 올려줬다. 강 조직부장은 “처음에는 바람에 몸이 흔들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현기증 나곤 했었지만 이제는 보다 안전하게 몸을 지탱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고공농성 중인 이들에게 식사는 아래에서 노조원들이 줄로 올려주고 있다. 밤에는 전광판 안에 들어가 바람을 피하며 잠을 청한다. 아직까지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광고전광판 바로 아래에는 300여명의 희망연대노조원들이 연대농성을 벌이고 있다.
인천 SK브로드밴드 계양서비스센터에서 인터넷개통과 AS 기사일을 했던 장연의(41) 연대팀장은 고공농성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시작한 오체투지 행진을 경찰이 막았다. 불법 다단계 구조를 개선하고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는 등의 요구가 그렇게 막힌 상황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방법이 고공농성 외에는 없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강 조직부장도 “총파업을 시작한 지 석달째인데 사측에서는 자기들은 능력이 안 되고 권한이 없다며 진정성 없이 회피하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원청인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등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 그런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고공농성에 나서기 전에 부모님이 근심하실 것이 걱정돼 “지방에 잠시 다녀올텐데 설 전에는 못 올 수도 있다”고 부모님께 말했다고 했다. 이들은 설 전에 광고전광판에서 내려갈 수 있을까. 두 사람은 고공농성을 매듭는 시점에 대해 “지금 진행중인 노사 간의 교섭이 타결될 때까지는 내려갈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보다 근본적으로는 원청이 불법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고 직접고용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공농성 현장에서 만난 말레이시아인 탕(39)아무개씨는 두 사람을 올려다보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탕씨는 “두 노동자의 농성을 지지한다. 높은 데서 다치지 않고 농성의 목적을 이루고 건강히 내려오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한편 서울중앙우체국은 이들이 고공농성에 나선 당일인 지난 6일 남대문경찰서에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했다. 남대문서 관계자는 “고소 당일날 고소인 조사를 마쳤고, 피고소인 조사는 이들이 고공농성을 접고 내려오면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는 지난해 11월17일부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같은달 20일부터 전면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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