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업체 직원 협심증 악화 숨져
‘접대용’ 주말 등산을 하다가 기존 질병이 악화돼 숨졌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민아무개씨는 2003년 의약품 판매업체 ㄷ사를 설립해 대표이사로 일했다. 2008년 심장질환 치료 뒤에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영업을 전담했다. 대구·부산·광주·대전의 보훈병원 의사들을 만나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을 했다. 일주일에 주 거래처인 대구보훈병원은 네 차례, 나머지 병원들은 한두 차례 방문했다고 한다. 의사들을 위해 서류를 발급받아 주고, 출장 때는 운전까지 대신 해주는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식사 접대를 하는 것은 물론 주말에는 골프나 등산도 함께했다.
민씨는 2012년 4월의 어느 토요일에도 대구보훈병원 의사들과 등산을 갔다. 등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병원에서는 기존 심혈관 질환이 등산으로 급격히 악화됐다고 했다. 민씨 유족은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이승택)는 민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씨는 의사들이 자사 제품을 처방하도록 하려면 지속적으로 의사들과 친목을 도모할 업무상 필요가 있었다. 이런 필요에 따라 등산을 하면서 기존 협심증이 급격히 나빠져 사망한 것이어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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