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고 27원’ 할아버지 죽음 뒤엔…‘그림의 떡’ 기초연금

독거노인.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기초연금 받은만큼 지원금 줄여
기초수급자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수급자한테도 제대로 지급해야”

지병과 쓸쓸함을 홀로 견디다 숨진 70대 장씨 할아버지의 고독사를 계기로 기초생활수급자한테도 기초연금을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한 다세대주택 단칸방에서 장아무개(79)씨가 숨진 채 발견된 때는 지난 7일 오전이다. 평소에도 결핵으로 병원을 자주 찾던 장씨한테 이번 겨울은 큰 고비였다. 병세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심해졌고, 지난달 급기야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입원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꼬박 석달간 입원해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열흘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문제는 병원비였다. 기초수급자 대상의 의료 지원비(의료급여) 덕분에 병원비 경감 혜택을 받고서도, 그의 몫으로 여전히 30만원의 병원비가 남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항목’ 진료 탓으로 알려졌다. 기초수급자 가운데서도 장씨처럼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진료비 본인부담금까지 정부의 지원을 받는데, 비급여 진료만은 예외다.

매달 정부가 주는 49만9290원으로 생활을 꾸려가던 기초수급권자 장씨한테, 30만원이란 돈은 생활비의 거의 전부였다. 월 15만원이 방값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7월부터 월 20만원이 기초연금이라고 들어왔으나, 대신 기초수급권자로서 원래 받던 정부 지원비(생계급여와 주거급여 등 49만9290원)에서 20만원이 고스란히 빠져나갔다. 7일 오전 서울의 한 허름한 재개발지역 쪽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장씨가 남긴 재산은 잔고 27원짜리 통장 하나가 전부다.

서울 보광동 주민자치센터 관계자는 12일 “장씨가 매달 받던 49만9290원은 1인 기초수급권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라며 “다만 기초수급자 가운데서도 다른 소득이 있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장씨의 소득은 ‘기초연금 20만원’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빈곤사회연대 등 복지분야 시민사회단체는 기초연금이 ‘노인빈곤 해소’라는 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장씨를 비롯한 기초수급자한테도 기초연금을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은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은 기초수급노인이 받는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인정해 똑같은 금액만큼 생계급여를 깎고 지급하도록 한다”며 “이번에 돌아가신 노인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이렇게 되면 의료비 지출 부담이 큰 노인 가구의 특성상 급여액이 부족할 수 있으니 기초수급노인한테도 기초연금 20만원을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