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수준 보호 시행했다” 판결
2008년 해킹으로 옥션 회원 108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에 대해 옥션 쪽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보기술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당시 옥션이 합리적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조처를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결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2일 옥션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3만3000여명이 “1인당 200만원씩 지급하라”며 옥션 운영사인 이베이코리아와 보안관리업체 인포섹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보통신 네트워크는 그 특성상 해커의 불법 침입행위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완벽한 보안은 기술 발전 속도 등을 고려할 때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해킹 수법이나 당시 보안기술 수준, 옥션이 취하고 있던 보안조처 내용 등을 고려하면 옥션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취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008년 1월 중국인 해커로 추정되는 이들은 옥션의 웹서버에 네 차례 침입해 회원 1080만명의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계좌번호 등을 유출했다. 이에 피해자 14만6000여명이 여러 건의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1·2심도 대법원과 같은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해커가 잡히지 않아 회사 쪽의 귀책사유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채 나온 판결이다.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사고가 잇따르는데, 아주 나쁜 판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옥션 사건 때만 해도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 기준이 크게 미흡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도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법제화돼, 이 기준을 당시 옥션 상황에 적용하면 배상 판결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김재섭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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