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휴가로 혼자 근무중 사고
12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 동물원 맹수마을 우리에서 혼자 근무하던 사육사 김아무개(53)씨가 사자에게 물려 숨졌다. 김씨를 공격한 사자들은 야생이 아닌 동물원에서 자체 번식한 사자인데, 야생성을 키우기 위한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마친 직후에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오후 2시25분께 사육사 김아무개씨가 사자우리 안에서 목 등 온몸을 물린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 직원이 발견했다. 이 직원은 “소방점검을 하러 현장에 갔더니 김씨가 방사장 안에 쓰러져 있었다. 10살짜리 수컷 사자와 6살 암컷 사자가 주변을 어슬렁거렸다”고 했다. 맹수마을에는 사자 7마리가 있는데, 당시 5마리는 잠금장치가 된 내실에 있었다. 김씨는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
동물원 쪽은 이날 오후 한달에 한번씩 하는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종이로 된 동물 모형 안에 고기를 놓고 이를 사자가 사냥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씨는 이 프로그램 뒷정리를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안찬 어린이대공원장은 “사육사는 사자가 반드시 내실에 들어가고 잠금장치를 확인한 뒤 들어가도록 돼 있지만, 발견 당시 내실 문이 열린 상태였다”고 했다. 광진경찰서는 동물원 폐회로텔레비전(CCTV) 카메라 녹화영상을 확보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년 전에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지만 안전수칙은 공유되지 않았다. 2013년 11월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가 사육사를 공격해 숨지자, 서울시는 ‘2인1조’ 근무와 안전장비 착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같은 서울시가 관리하는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는 2인1조 근무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안 원장은 “보통 때는 2인1조로 근무하지만 오늘은 1명이 휴무라 김씨 혼자서 근무했다”고 했다.
서울시는 김씨가 숨진 일을 산업재해로 처리할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무 중에 사망할 경우 순직 처리되지만, 어린이대공원이 소속된 서울시설공단 직원인 김씨는 공무원이 아니라 순직 대상자가 될 수 없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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