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안에 설치된 성형외과 광고판. 한겨레 자료 사진
지난달 27일 서울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중국인 여성이 뇌사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을 찾아 6시간에 걸쳐 눈과 코 복합성형수술을 받던 이 여성은 호흡이 갑자기 끊기며 의식을 잃었다. 이 여성은 급히 가까운 대형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뇌사 판정을 받고 말았다. 사건 직후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성명을 내어 “(해당 병원은) 사무장 병원일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사무장 병원이란 병원을 열 수 없는 무자격자가 의사를 고용해 불법으로 운영하는 병원을 가리킨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환자 접수와 안내 일을 하는 이아무개(27·여)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내인에게 100만~200만원 받는 쌍꺼풀수술을 중국인한테 500만원, 많게는 1000만원까지 받는다. 처음부터 성형수술을 작정하고 국내에 들어오는데다 한국 의사들이 수술을 워낙 잘한다고 알려져 비용이 비싼 걸 알면서도 대부분 응한다”고 털어놨다. 중간에 중국인 환자를 유치해주는 중개업체가 끼어 있다 보니 수술비가 더 비싸진다고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오전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의료시스템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협의체’를 열어 외국인 미용·성형 환자에 대한 의료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중국 등 국외에서 환자를 모아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국내 성형외과 등에 소개해주는 ‘불법 브로커’가 활개를 치며 과도한 수수료와 진료비 부풀리기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데다, 크고 작은 의료사고 등으로 외국인 환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처다.
실제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의 상담 건수는 2012년 개원 이래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58건이던 상담 사례는 2014년 129건으로 두배 넘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 환자의 상담은 2012년 36건, 2013년 59건, 2014년 99건으로 전체 사례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국인 환자의 약 40%가 미용·성형을 목적으로 한국의 병원을 찾고 있는데, 이들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며 불법 브로커와 무자격자 수술 등의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외국인 환자 안전대책은 중국 등 외국에서 미용·성형환자를 불법으로 모아 국내 성형외과에 연결해주는 불법 브로커에 대한 단속·관리를 강화하고, 외국인 환자한테 법률 상담이나 통역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국제환자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불법 브로커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하고, 올해 상반기 안에 불법 브로커에 대한 1차 시범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다. 불법 브로커 당사자만이 아니라 이들과 거래하는 성형외과 등 의료기관도 처벌 대상이다. 또 정부는 상당수 외국인 환자가 한국 의료시장에 대한 정보에 어둡다는 점을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바가지 행위도 외국인 환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진료비용 등의 정보를 담은 ‘한국 성형시술 진료비 안내서’를 상반기 중 마련해 제공할 계획이다.
최성진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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