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 줄잇는 깡통주택 피해자들
“최우선변제권만 믿었다…아무데도 갈 곳이 없다”
“최우선변제권만 믿었다…아무데도 갈 곳이 없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모습.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세들어 살던 집이 경매 처분
전세보증금 2200만원 날아가
추운겨울 집에서 두꺼운 옷 입을 정도 법에 밝은 노조간부 박씨도
깡통주택 입주해 배당이의 소송
“조정 없이 끝까지 재판 진행해
세입자에 유리한 판례 남기겠다” 김씨는 “네이버 카페인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를 통해 전세를 구했다. 집주인이 빚을 갚겠다고 했고, 최악의 경우 최우선변제권이 있어 전세보증금은 보장받을 수 있다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을 믿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부동산 중개업자는 “최우선변제권에 대해 설명하긴 했지만, 항상 보장된다고 말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임대차계약서에 최우선변제권의 금액표를 첨부했다”며 시기별, 지역별 최우선변제금액이 정리된 표를 보여줬다. 미혼모인 김씨는 생계도 막막한 상황이다. 그는 “아기 아빠로부터 매달 소정의 생활비를 받고 있지만, 아기와 함께 살아가는 데도 빠듯하다. 난방비를 아끼려고 집 안에서도 항상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말벌집이 창가에 생겨 이를 제거해달라고 소방서에 전화했을 정도로 일년간 늘 이 집에 머물렀다. 은행 쪽이 어떤 근거로 가상임차인이라고 주장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방아무개씨 역시 네이버 카페인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를 통해 2013년 8월 깡통주택에 입주했다고 전했다. 그 역시 김씨와 마찬가지로 은행 쪽의 배당이의 소장을 접수하고서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11월8일치 <한겨레> 보도를 보고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한겨레>가 사망한 장애인 가장에게 깡통주택을 중개한 에이스공인중개사가 자신의 중개업소와 이름이 동일한 것이었다. 기사에 제시된 ‘인천광역시 남구 주안동 1586-12’라는 위치마저 똑같았다. 그는 <한겨레> 기사를 출력해 법원에 제출했고, 자신이 ‘사기의 피해자’임을 주장했다. 결국 법원에선 화해권고를 했고, 방씨가 1500만원,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700만원을 가져가는 수준으로 조정을 마쳤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박아무개씨는 법적 지식에 밝은 노조 간부인데도 깡통주택에 입주해 배당이의 소송을 겪고 있다. 박씨는 저렴한 전세를 찾던 중 전단지 부동산 광고를 눈여겨보고서 보증금 2200만원으로 2013년 4월 인천시 서구 당하동의 빌라에 입주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빌라는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박씨는 “급전세는 처음이라 불안하다는 입장을 집주인에게 충분히 알렸고 집주인은 운영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하지만 곧 빚을 갚겠다고 했다. 실제 계약 한달 전에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가 말소돼 집주인의 말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배당이의 소송을 조정 없이 끝까지 진행해 세입자에게 유리한 판례를 남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이미 나온 대법원 판례는 가상임차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가상임차인이 아닌 것을 확실히 증명하면 판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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