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아이들을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협동조합 기초교육을 받은 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0년째 만난 ‘자조모임’
‘늦깎이 공부’에 뛰어든 50대 아버지 10여명이 강의 내용을 열심히 받아적었다. 협동조합 형태로 카페를 만들어보자고 뜻은 모았지만 협동조합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1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 1층 강의실에서 지적장애 1급인 아들 승기(16)군과 함께 강의실 맨 앞에 앉아 협동조합 기초수업을 듣던 이병혁(52)씨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강의 내용 하나라도 놓칠 수가 없다”며 웃었다. 아버지들이 내년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카페’에서는 승기군 등 장애인들이 커피를 내리고 서빙을 하게 된다.
2005년부터 아이들을 인연으로 만남을 이어오던 장애아동 아버지들의 마음이 요즘 들어 부쩍 바빠졌다. 지난 10년간 아이들은 훌쩍 컸지만, 이들을 받아줄 마땅한 일자리는 찾기 어려워 보였다. 아버지들이 아이들 일자리를 만들어주려고 소매를 걷은 이유다.
이씨는 15명으로 구성된 ‘아빠자조모임’ 회장이다. 사회생활에만 열심이던 아버지들이 아이들을 위한 모임에 나간다는 건 쉽지는 않았다. 으레 ‘엄마들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발달장애 3급인 최의보(56)씨도 그랬다. “아버지들이 자존심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였죠. 저뿐 아니라 다른 아버지들도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는 데 10년씩 걸렸다고 해요.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쉽지 않은 거죠.”
아이들 훌쩍 컸는데 취직 어렵자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카페’ 추진
복지관은 후원 모금 등 지원나서
“서로 돕고 살 수 있는 공간 되길” 매달 한차례 복지관에 모여 ‘교육’을 받으면서 무뚝뚝하던 아버지들도 달라졌다. 최씨는 “처음엔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했어요. 아이 말투가 이상하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다그쳤죠. 그런데 이젠 아이의 입 모양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라고 계속 반복해서 알려줘요. 그 전까지 저는 승재에게 ‘나쁜 아빠’였던 거 같아요.” 처음엔 어색하게 인사만 건네던 아버지들 사이도 끈끈해졌다. 아버지들은 이제 자신의 아이보다 주변 아이들을 먼저 돌보게 된다고 했다. 최씨는 “우리가 모두의 아이를 돌본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했다. 그런 아버지들이 이번엔 힘을 모아 아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복지관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넉넉지 않은 아버지들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선덕(42) 지역연계팀장이 지난해 마지막날 포털사이트 다음 ‘희망해’ 코너에 글을 올렸다. 한 팀장은 “아버지들의 꿈이 얼마나 간절한지 잘 아니까 그런 진심을 담아서 썼다”고 했다. 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875명이 서명을 했다. 290만원이 목표인데 지금까지 130여만원이 모였다. 이날 2시간 정도 진행된 협동조합 기초강의를 듣고 복지관을 나서던 아버지들은 다른 집 아이들과 헤어지며 일일이 하이파이브로 손바닥을 마주쳤다. 이씨는 아버지들이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절실한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장애 때문에 저랑 대화도 못하는 아들입니다. 하지만 제가 축산물 배송 업무를 할 때는 옆에서 상자 나르는 것을 도와주는 아들입니다. 저를 빼고는 우리 아이를 보살펴줄 사람이 없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요. 우리 아이들이 아빠들이 없어도 서로 도우며 살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카페’ 추진
복지관은 후원 모금 등 지원나서
“서로 돕고 살 수 있는 공간 되길” 매달 한차례 복지관에 모여 ‘교육’을 받으면서 무뚝뚝하던 아버지들도 달라졌다. 최씨는 “처음엔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했어요. 아이 말투가 이상하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다그쳤죠. 그런데 이젠 아이의 입 모양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라고 계속 반복해서 알려줘요. 그 전까지 저는 승재에게 ‘나쁜 아빠’였던 거 같아요.” 처음엔 어색하게 인사만 건네던 아버지들 사이도 끈끈해졌다. 아버지들은 이제 자신의 아이보다 주변 아이들을 먼저 돌보게 된다고 했다. 최씨는 “우리가 모두의 아이를 돌본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했다. 그런 아버지들이 이번엔 힘을 모아 아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복지관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넉넉지 않은 아버지들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선덕(42) 지역연계팀장이 지난해 마지막날 포털사이트 다음 ‘희망해’ 코너에 글을 올렸다. 한 팀장은 “아버지들의 꿈이 얼마나 간절한지 잘 아니까 그런 진심을 담아서 썼다”고 했다. 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875명이 서명을 했다. 290만원이 목표인데 지금까지 130여만원이 모였다. 이날 2시간 정도 진행된 협동조합 기초강의를 듣고 복지관을 나서던 아버지들은 다른 집 아이들과 헤어지며 일일이 하이파이브로 손바닥을 마주쳤다. 이씨는 아버지들이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절실한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장애 때문에 저랑 대화도 못하는 아들입니다. 하지만 제가 축산물 배송 업무를 할 때는 옆에서 상자 나르는 것을 도와주는 아들입니다. 저를 빼고는 우리 아이를 보살펴줄 사람이 없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요. 우리 아이들이 아빠들이 없어도 서로 도우며 살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