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압박에 덤핑판매한 직원에
“회사에 1억7천만원 배상하라”
1심과 달리 사쪽 손 들어줘
“회사에 1억7천만원 배상하라”
1심과 달리 사쪽 손 들어줘
영업사원이 회사가 지정한 매출액 할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덤핑(부당 염가판매)에 나섰더라도 매출 차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덤핑 판매를 사실상 묵인했던 회사가 뒤늦게 그 차액까지 청구한 ‘갑질’을 용인해준 셈이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김기정)는 크라운제과가 전 영업사원 임아무개(38)씨와 그의 보증인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 영업 방침을 어겨 덤핑 판매 등을 함으로써 회사가 차액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임씨는 1억7473만여원을 회사에 지급하되, 그 가운데 2486만여원은 보증인들과 함께 지급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크라운제과는 매출액 할당으로 영업사원들을 압박하고 덤핑 판매도 사실상 묵인해왔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크라운제과 본사는 영업소마다 판매 목표를 제시하고, 급여나 판매촉진비를 차등 지급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판매 실적을 강요해왔다. 판매 실적에 쫓긴 영업사원들은 허위 거래내역을 장부에 기재하거나, 10~20% 덤핑 판매하는 등 편법에 매달렸다. 임씨도 예외가 아니었고, 회사도 이런 편법 판매를 묵인했다.
그러나 회사는 임씨가 퇴직할 무렵 태도를 바꿨다. 자체 감사를 통해 2003년 6월부터 임씨의 덤핑 판매 등으로 생긴 매출 차액 2억8195만여원을 밝혀냈다.
이어 임씨가 ‘그 금액만큼 횡령한 사실을 인정하고 변제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했다. 임씨가 돈을 갚지 않자 회사는 2억9122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고 업무상 횡령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임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앞서 1심은 “미수금은 크라운제과의 (판매량 할당 등) 변칙 판매 등으로 발생한 것이므로 임씨한테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 변제 각서를 작성한 것도 미수금 내역을 확인해준 것에 불과하다”며 덤핑 판매의 책임이 회사 쪽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임씨의 횡령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덤핑을 제한한 회사 규정을 어겼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회사가 편법 판매를 묵인한 점을 들어 임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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