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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판결문으로 살펴 본 ‘명절의 비극’

등록 2015-02-19 11:15수정 2015-02-19 11:15

제사 준비와 부모 부양 등 문제로
비극을 맞은 가족들 사연
명절 음식 준비와 노부모 부양 문제로 비극을 맞은 가족들의 사연이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이아무개(65)씨는 1996년 남동생(54)이 결혼하자 아버지한테서 과거에 상속받았던 경북 성주군 1100평 가량의 땅 가운데 500평을 떼어 남동생 명의로 이전했다. 하지만 남동생은 결혼하고 나서 제사나 명절 같은 집안 행사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았고, 급기야 이 문제로 형제간에 말다툼까지 벌어졌다. 결국 이씨는 남동생에게 나눠 준 땅의 소유권을 돌려달라고 했다. 남동생이 이를 거절하자 갈등은 더욱 깊어져 폭행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씨는 2012년 11월 남동생과 그의 아내 김아무개(54)씨가 추석 차례상에 올릴 제수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떠났다는 이유로 남동생네 가게에 찾아가 김씨에게 욕설을 퍼붓고 손으로 머리를 때렸다. 옆에서 이를 말리던 가게 직원도 이씨에게 맞았다. 이씨는 2013년 4월 자신의 집에 온 남동생에게 “제사에 오지 않으려면 땅 등기를 넘겨달라”고 거듭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아들(37)과 함께 남동생을 때리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엔 누나가 이씨에게 땅 소유권이 되돌려지는 걸 반대하자 밀고 때릴 듯 위협했다. 이씨는 누나의 아들인 조카(41)가 이를 말리자 돌로 머리를 내리쳤다. 이씨의 아들도 이를 거들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단독 정윤섭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아들에게도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이씨 부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의 상해 정도가 그리 크지 않고 이씨 부자가 자백하고 있는 데다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성엽)는 지난 추석 명절에 “자식들에게 부담만 간다”는 이유로, 지병을 앓던 70대 아내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문아무개(74)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문씨는 아내와 1966년 결혼해 슬하에 다섯 자녀를 두었는데, 2013년 자녀들이 모두 출가한 뒤 파킨슨병을 앓던 아내의 식사와 이동 및 용변 처리 등을 홀로 보조해 왔다. 자신도 뇌경색 증상이 있던 문씨는 지난해 9월 추석 명절에 방문한 자녀들이 모두 돌아가자,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문씨가 병수발에 지쳐 아내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자신도 건강이 매우 악화한 상황에서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저지른 범행으로 보인다. 자녀들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문씨가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어 자신들이 이런 상황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선처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양형 권고 기준(하한 징역 7년)을 벗어난 형을 선고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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