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 명분 빼돌린 30대 구속
코스닥 상장사에 다니는 여자친구의 신앙심을 이용해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리게 한 이가 타이에서 붙잡혀 강제 송환됐다. 여자친구는 ‘해외 선교에 쓰겠다’는 그의 말만 믿고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렸다.
박아무개(36)씨는 2009년 초 지인의 소개로 코스닥 상장사 재무과장인 이아무개(36)씨를 만났다. 이씨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다. 박씨는 “미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려고 한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 말에 넘어간 이씨는 장부를 조작해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4년여 동안 회삿돈 60억원을 횡령했다. 이씨는 이 가운데 59억여원을 1374차례에 걸쳐 박씨 계좌로 입금했다.
하지만 이 돈은 해외 선교가 아니라 박씨의 사업 등에 사용됐다. 게다가 박씨는 부모가 사는 타이에서 현지 여성과 결혼까지 했다. 박씨는 이씨가 횡령한 돈 가운데 25억원을 환치기 수법으로 타이 은행으로 송금해 현지 부인의 이름으로 땅을 사고 여행사를 차렸다. 그사이 이씨의 회사는 거액의 회계부정이 드러난 뒤 지난해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위기에까지 몰렸다.
지난해 1월 먼저 기소된 이씨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씨가 붙잡힐 당시 타이에서 귀국을 거부하던 박씨는 인터폴 공조 수사를 통해 지난 10일 국내로 송환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박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과 국외재산도피 혐의로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구충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은 “박씨는 (이씨가 횡령한 돈 가운데) 25억원만 받았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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