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한겨레 자료 사진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지나치게 제한”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간통죄 폐지”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간통죄 폐지”
간통죄가 제정 62년 만에 폐지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6일 간통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241조에 대해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7명의 위헌 의견은 3가지로 나뉘었다. 박한철·이진성·김창종·조용호·서기석 재판관은 “간통 처벌 비율, 사회적 비난 정도에 비추면 예방의 효과는 거두기 어렵게 됐다. 부부간 정조의무 및 여성 배우자 보호는 이혼 청구, 손해배상 청구, 재산분할, 자녀 양육 등에서 불이익을 부여해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종합하면 해당 조항은 혼인제도 보호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어려운 반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간통행위를 국가의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국민의 의식이 일치하지 않는다. 비도덕적 행위라도 본질적으로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으면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현대 형법의 추세”라고 덧붙였다.
김이수 재판관은 “간통죄 처벌이 아직 필요하다는 게 상당수 일반 국민들의 법의식으로 보인다”면서도 “사실상 혼인관계 회복이 불가능한 파탄 상태에서의 간통의 경우 비난 가능성이나 반사회성이 없다. 현행 간통죄는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가능성을 배제한 채 일률적으로 모든 간통 행위자를 처벌해 형벌의 본래 목적을 일탈해 과잉 행사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강일원 재판관은 “간통죄 처벌은 위헌이 아니며 법적 규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히면서도 “간통죄 소추 조건이 명확하지 않아, 국민이 국가공권력 행사의 범위와 한계를 확실히 예측할 수 없다.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 입장에 섰다.
반면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은 가족공동체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여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순히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는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간통죄 폐지는 성도덕의 최소한의 한 축을 허물어 사회 전반에서 성도덕 의식이 하향되고 성도덕 문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존재한 간통죄 조항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제3자와 성관계를 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제3자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간통죄는 법률적으로 혼인한 부부에게 정절의 의무를 부과해 가정과 결혼제도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존속해왔으나, 국가가 개인의 성적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시대가 변하면서 폐지론이 힘을 얻어가는 추세로, 사건 수도 줄었고 실형은 거의 선고되지 않고 있다.
헌재는 간통죄에 대해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가정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원을 다소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1990년(6:3), 1993년(6:3), 2001년(8:1)에는 모두 합헌 의견이 우세했으나, 2008년 배우 옥소리씨 사건에서는 4 대 5로 위헌(헌법불합치 포함) 의견이 더 많았다. 하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에는 1명이 모자라 간통죄는 겨우 살아남았다.
국회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2008년 10월 합헌 결정 이후 유죄가 확정된 사람만 재심 및 형사보상 청구가 가능하게 만든 것도 위헌 결정이 나오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 재판관 중 일부는 위헌 결정이 되면 지난 60여년간 처벌받은 사람들을 구제할 때 생기는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위헌 결정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1985년부터 지난 1월까지 30년간 간통죄로 기소된 사람은 5만2982명(구속 3만5356명)이다. 이 가운데 마지막 합헌 결정이 난 2008년 10월30일 이후 기소된 사람은 5466명(구속 22명)으로, 이들이 재심 대상자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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