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간통죄에 위헌 결정을 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옆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헌재 ‘간통죄 폐지’ 문답풀이…무엇이 달라지나?
형사처벌만 안 받을 뿐 ‘정당화’ 되는 것은 아냐
이혼 사유인 ‘부정행위’는 간통보다 폭넓게 인정
위자료는 법원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변화할 듯
형사처벌만 안 받을 뿐 ‘정당화’ 되는 것은 아냐
이혼 사유인 ‘부정행위’는 간통보다 폭넓게 인정
위자료는 법원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변화할 듯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결혼제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가정을 지킬 수단이 사라지고 사회·경제적 약자인 여성이 더욱 불리해졌다는 불안감이 있는가 하면, 간통죄의 ‘실효성’이 꾸준히 줄어 ‘사회적 혼란’을 말하는 것은 기우라는 시각도 있다. 간통죄 폐지로 예상되는 변화 및 궁금점을 문답 형식으로 살펴본다.
문: 불륜이 조장되는 것 아닌가?
답: 이제 간통을 해도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간통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840조는 이혼 청구가 가능한 이유들 중 하나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간통행위를 포함해 배우자 아닌 사람과 이성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문: 드라마에서 보듯, 경찰관이 간통 현장을 덮치는 일은 이제 없어지나?
답: 이제 수사기관이 불륜행위 자체에 개입할 수 없다. 수사기관의 도움으로 이혼소송에 쓸 증거를 수집하는 일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문: 그렇다면 어떻게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하나?
답:이혼 사유인 ‘부정행위’는 간통죄가 처벌 대상으로 삼았던 것보다는 범주가 넓다. 간통죄의 처벌 대상은 직접적 성교행위였다. 부부 사이에 신뢰가 깨졌다고 할 정도의 상태를 입증하면 된다. 통화기록이나 문자메시지 등 불륜의 증거가 있으면 충분히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피해자 본인이 나서거나 주변 사람, 심부름센터 등의 도움으로 증거를 모을 수 있겠지만, 간통죄가 있을 때보다는 다소 어려워질 수 있다.
문: 여성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사라진 것 아닌가?
답: 과거에는 간통죄 처벌이 이혼소송에 큰 영향을 줬다. 부부관계 파탄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지는 민법 체계상 ‘간통죄 유죄’는 상대 배우자의 잘못을 입증하는 동시에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더 받아낼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였다. 가해자가 구속되면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아내기 쉬워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더구나 간통죄는 친고죄라서 배우자가 고소를 취소하면 공소취소가 되는 죄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불구속재판 원칙이 강화되면서 간통죄의 이런 ‘기능’은 약화됐다. 과거 30년간 간통 혐의로 기소된 5만2982명 중 구속 기소자는 3만5356명(66.7%)이었지만, 지난 5년간만 보면 5466명 중 22명(0.4%)만 구속 기소됐다.
문: 위자료 액수에는 어떤 영향이 미치나?
답: 간통죄로 처벌받거나 해고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으면, 법원은 ‘이중처벌’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위자료를 많이 책정하지 않는 경향도 보여왔다. 간통죄가 폐지되면 이런 ‘감경 요인’이 사라져 위자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반면 간통이 형법상 불법행위가 아닌 것으로 된 이상 위자료 지급의 근거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금은 통상 외도를 한 배우자에게 1000만~3000만원의 위자료 책임을 지우고 있다. 위자료 규모는 앞으로 법원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문: 바람난 배우자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게 되나?
답: 현재 판례상 잘못이 있는 배우자는 기본적으로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 청구가 가능하지만, 법원은 간통죄가 없어진다고 해서 예외적인 경우가 가시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파탄의 책임이 무거운 쪽의 이혼 청구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판례가 바뀌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간통죄 폐지의 취지가 그런 흐름에 얼마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KBS2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2’의 한 장면.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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