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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가의 ‘혼외 관계’ 벌 주기, 명분도 효과도 더는…

등록 2015-02-26 20:17수정 2015-02-26 22:34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재 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재 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간통죄 위헌’ 헌재 결정 의미와 구제 어떻게
“성과 사랑은 형벌로 통제할 사항이 아니라 개인에게 맡겨야 하는 문제다. 부부간 정조 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비도덕적이기는 하나 법으로 처벌할 사항은 아니다.”

26일 헌법재판소가 밝힌 간통죄 폐지 이유다. 개인의 존엄과 행복 추구를 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가치를 갈수록 높게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모세의 십계명도 금지하는 간통은 수천년간 대부분의 문명권에서 죄로 간주됐다. 헌재는 2008년 결정 때, 전체 조문이 확인되지 않는 고조선의 8조법금도 간통을 죄로 규정했을 것이라는 게 학계 통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민주주의 및 자유권의 확대와 함께 간통은 비범죄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유럽 전역에서 간통죄 처벌이 사라졌고, 우리 형법의 ‘모델’이 된 일본 형법의 간통죄도 1947년 폐지됐다. 미국은 21개주에 간통죄가 남아 있지만 벌금형만 규정한 경우도 있고, 거의 사문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교문화권에서는 한국과 대만에 간통죄가 존치돼왔다. 이제 간통을 처벌하는 나라는 이슬람권과 아프리카에 주로 몰려 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세기가 바뀌고서야 간통죄가 폐지된 것은 성도덕을 매우 중시하는 가치관과 관련이 있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2명이 “우리 사회 고유의 정절관념은 전통윤리로서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거나 “국가와 사회의 기초를 이루기 위해서는 근간인 가정이 바로 정립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부부간 정조 위반 비도덕적이나
법 처벌 사항 아닌 개인의 문제”
‘간통죄 폐지’ 세계적 추세 따라

‘최종 합헌’ 2008년10월30일 이후
유죄 확정·재판중 3천여명 ‘구제’
구속 수감자는 형사보상금 청구도

헌재도 이런 여론을 고려한 듯 간통죄 유지가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결정문에서 상세히 설명했다. 헌재는 “간통 발생 이후엔 간통죄 처벌 조항이 혼인생활 유지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처벌 뒤 배우자와 재결합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처벌 과정에서 부부 갈등이 심화된다”고 했다. 억제 효과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이 예방 효과를 거뒀다는 자료도 없다. 간통죄 폐지국에서 성도덕이 문란해졌다거나 이혼이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간통죄가 여성 보호 장치라는 인식에 대해 헌재는 “시대 변화로 여성이 언제나 경제적 약자라는 전제가 적용되지 않고, 여성의 지위가 남성에 비해 열악하다고 전제하더라도 간통죄 고소를 위해서는 이혼이 전제돼야 하므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은 오히려 고소를 꺼릴 수 있다. 여성 보호 기능은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설명했다. 배우자를 고소하려면 이혼소송을 반드시 제기해야 하는 점도 ‘간통죄 존치=가정 보호’ 등식이 성립하기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간통죄에 대한 재판관별 입장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헌재 결정으로 간통을 처벌하던 형법 제241조는 곧장 효력을 잃었다. 직전 합헌 결정일인 2008년 10월30일 다음날부터 간통을 저질러 기소된 사람은 재심을 통한 구제 대상이 된다. 그때부터 지난 1월까지 기소된 사람은 5466명(구속 22명)이다. 이 가운데 고소 취소로 공소기각된 이들을 빼고 유죄가 확정되거나 재판을 받고있는 이는 3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유죄 확정자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면 무죄를 선고받게 된다. 1심 재판 중이라면 검찰의 공소취소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받는다. 2·3심 중이라면 검찰이 공소취소를 할 수 없어 법원이 무죄 판결을 한다. 구속자는 즉각 석방되고, 구속·수감됐던 이들은 그 일수만큼 형사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 합헌 결정 전에 간통을 했으나 확정판결은 그 뒤에 받은 사람이 재심 대상인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법원 판결을 받아봐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취지상 이들도 재심 대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경미 노현웅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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