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총기 난사로 4명이 숨진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 사건 현장에서 경찰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화성/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세종시 이어 화성시 총기살인 사건
세종시 총기 사건으로 4명이 숨진 지 이틀 만에 벌어진 화성 총기살인 사건 역시 ‘돈이 부른 참극’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까지 용의자가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우리나라가 더이상 총기 사고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75살 전씨, 엽총으로 형·형수 살해
설득 시도한 파출소장 쏜 뒤 자살
경찰관은 방탄복 착용하지 않아
‘형 살해’ ‘재산불화’ 적힌 유서 발견 “세종시 사건으로 총기살인 장벽 깨져”
“분노조절 못하는 사람 늘어난게 원인” ■ 말다툼에 이어 울린 6발의 총성 27일 오전 8시25분께 경기도 화성서부경찰서 남양파출소를 찾은 전아무개(75)씨는 “내일(28일)로 수렵허가기간이 끝나니 (총기 허가지인) 강원도 원주경찰서에 입고하겠다”며 엽총(12구경 이탈리아제) 1정을 출고했다. 전씨는 파출소에서 1.2㎞ 거리에 있는 형(86) 집으로 곧바로 향했다. 집 앞에서 형수(84)를 만난 전씨는, 말다툼을 벌이다 집으로 들어가버린 형수를 따라 들어갔다. 이어 9시30분께 집 1층에서 형과 형수에게 엽총을 쏴 살해했다. 총소리를 들은 숨진 전씨의 며느리는 2층에 있다 탈출해 112 신고를 했다. 오전 9시38분 현장에 도착한 남양파출소 이강석(43) 소장과 이아무개 순경은 출입문을 열고 진입을 시도했으나 용의자 전씨는 “들어오지 말라”며 엽총으로 경고사격을 했다. 이 소장은 전씨를 설득하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다시 시도하다 전씨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소장은 당시 방탄복을 착용하지 않았으며, 테이저건만 들고 있었다. 경찰은 “2인1조로 근무할 때 한명은 총기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당시 총기를 가진 경찰관이 이미 다른 곳에 출동을 한 상태라 이 소장이 테이저건만 들고 출동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과 같이 있었던 이 순경은 “이 소장과 전씨가 평소 아는 사이 같았다. 소장이 전씨 설득을 위해 안으로 들어가려던 중 총에 맞았다”고 진술했다. 전씨는 이 소장을 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소장은 1996년 경찰에 투신해 경찰청장 등 16차례의 포창을 받았으며, 아들 2명을 두고 있다. 이 소장의 영결식은 3월1일 화성서부경찰서에서 거행된다.
■ 용의자 전씨 “내가 만든 완벽한 범행”
범행 현장 앞에 세워져 있던 용의자 전씨의 에쿠스 승용차 조수석에서는 6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형에 대한 오래된 반감과 원망이 쓰여 있었고 ‘형을 살해하겠다’는 의지가 적혀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전씨는 “(이번 범죄는) 세상 누구도 전혀 알 수 없고 눈치를 챈 사람도 상상도 할 수 없다”라고도 썼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는 재산 관련 가정불화 문제가 주로 언급돼 있었다. 전씨가 살인을 계획하고 총기를 출고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사업에 실패한 전씨가 형에게 돈을 달라고 자주 행패를 부렸다”고 전했다. 전씨의 형은 2008년 택지개발 보상비로 상당한 재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용의자 전씨는 잦은 사업 실패로 형에게 자금 지원을 여러번 요청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 총기사고를 바라보는 전문가들 시각
국내에서 좀처럼 드문 총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전문가들조차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엽총을 쏴 3명을 살해하고 범행 뒤 용의자가 자살했다는 점 등 세종시 사건과 화성시 사건은 여러모로 비슷해 모방범죄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기회와 심리적 기회가 충족돼야 한다. 이번 사건 용의자는 엽총을 소지함으로써 물리적 기회를 가진데다 이틀 전에 세종시에서 총기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 심리적 기회마저 충족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총기살인은 흔하지 않은데 세종시 사건으로 총기살인 행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무너졌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반면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범인이 나이가 많고 세종시 사건의 영향을 받아 따라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가족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고 갈등 조정자가 없어지면서 분노 조절을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화성/이재욱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설득 시도한 파출소장 쏜 뒤 자살
경찰관은 방탄복 착용하지 않아
‘형 살해’ ‘재산불화’ 적힌 유서 발견 “세종시 사건으로 총기살인 장벽 깨져”
“분노조절 못하는 사람 늘어난게 원인” ■ 말다툼에 이어 울린 6발의 총성 27일 오전 8시25분께 경기도 화성서부경찰서 남양파출소를 찾은 전아무개(75)씨는 “내일(28일)로 수렵허가기간이 끝나니 (총기 허가지인) 강원도 원주경찰서에 입고하겠다”며 엽총(12구경 이탈리아제) 1정을 출고했다. 전씨는 파출소에서 1.2㎞ 거리에 있는 형(86) 집으로 곧바로 향했다. 집 앞에서 형수(84)를 만난 전씨는, 말다툼을 벌이다 집으로 들어가버린 형수를 따라 들어갔다. 이어 9시30분께 집 1층에서 형과 형수에게 엽총을 쏴 살해했다. 총소리를 들은 숨진 전씨의 며느리는 2층에 있다 탈출해 112 신고를 했다. 오전 9시38분 현장에 도착한 남양파출소 이강석(43) 소장과 이아무개 순경은 출입문을 열고 진입을 시도했으나 용의자 전씨는 “들어오지 말라”며 엽총으로 경고사격을 했다. 이 소장은 전씨를 설득하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다시 시도하다 전씨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소장은 당시 방탄복을 착용하지 않았으며, 테이저건만 들고 있었다. 경찰은 “2인1조로 근무할 때 한명은 총기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당시 총기를 가진 경찰관이 이미 다른 곳에 출동을 한 상태라 이 소장이 테이저건만 들고 출동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과 같이 있었던 이 순경은 “이 소장과 전씨가 평소 아는 사이 같았다. 소장이 전씨 설득을 위해 안으로 들어가려던 중 총에 맞았다”고 진술했다. 전씨는 이 소장을 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소장은 1996년 경찰에 투신해 경찰청장 등 16차례의 포창을 받았으며, 아들 2명을 두고 있다. 이 소장의 영결식은 3월1일 화성서부경찰서에서 거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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