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작가한테 위자료 지급해야 판결
동의 없이 드라마 줄거리를 바꿨다면 제작사는 작가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재판장 지영난)는 드라마 작가 서영명(62)씨가 제작사 제이에스(JS)픽처스와 드라마하우스앤드제이콘텐트허브 및 <제이티비시>(JT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총 2억8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제이에스픽처스가 계약을 위반해 작가를 교체한 데 대한 손해배상금 2억7600만원과 함께, 서씨의 동의 없이 줄거리를 바꾼 데 대한 위자료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제이티비시는 작가 교체 뒤에도 누리집에 작가를 서씨라고 올린 데 대한 위자료 500만원을 물게 됐다. ‘작가 등에 대한 업무 관리 책임이 계약상 제이에스 쪽에 있다’는 이유로 공동제작사인 드라마하우스앤드제이콘텐트허브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다.
서씨는 2010년 3월부터 제이에스 쪽과 전속 계약을 맺고 2013년 8월부터 방영된 제이티비시 일일연속극 <더 이상은 못 참아>(111부작) 극본을 썼다. 제이에스 쪽은 서씨가 극본을 쓰는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2013년 9월 작가 교체 및 집필 중단을 통보했다. 드라마 32회분 원고를 넘긴 뒤의 일이었다.
그런데 작가 교체 뒤 서씨가 썼던 32회분 줄거리가 바뀌었다. 앞서 서씨는 “길복자(선우용녀)가 평생 남편 황종갑(백일섭)에게 매 맞고 구박받으면서 살다가 황혼에 이혼을 요구하여 결국 이혼에 성공하지만, 이혼 후 교통사고로 죽고, 그 이후 길복자와 황종갑이 이승과 저승으로 나뉘어 천천히 화해해 나간다”는 내용으로 줄거리를 짰다. 서씨가 교체된 뒤 그 줄거리는 “죽은 길복자가 하관 직전 관 속에서 살아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이에 서씨는 “일방적으로 작가를 교체하고 줄거리를 바꿨다”며 제작사와 방송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저작재산권이 제이에스 쪽에 이전됐다고 해도 저작물에 대한 동일성유지권, 성명표시권과 같은 저작인격권(저작물에 대해 정신적·인격적 이익을 보호받을 권리)은 여전히 서씨에게 있다”며 “서씨의 동의 없이 드라마 중간에 길복자를 관 속에서 살아나도록 줄거리를 바꾼 것은 저작물의 본질을 해하는 중대한 내용 변경에 해당해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이에스는 각 극본을 넘기는 시점을 명시적으로 정한 바가 없어 극본 넘기는 속도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권한이 없고, 서씨의 극본 작성 속도가 다소 늦기는 했지만 방송 예정일에 방송되지 못할 상황이 예견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계약 위반에 따른 재산상 손해 2억7100만원(33~111회 원고료)을 배상하라고 했다. 제이에스 쪽의 일방적 작가 교체로 서씨의 명예를 훼손한 데 따른 위자료 500만원 지급 책임도 인정됐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