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6일 낮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전단지가 뿌려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 수백 수천 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 도심에 뿌려지고 있다. 지난달 25~28일 나흘 연속으로 청와대 인근은 물론 서울 강남·명동·신촌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기습적으로 뿌려졌다. 경찰은 ‘심기 경호’라는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건조물 침입이나 경범죄(쓰레기 무단투기)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지만, 전단을 만들고 뿌린 이들이 누구인지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전단에 적힌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이라는 문구가 이들의 정체에 관한 정보의 전부다. 과거 비슷한 내용의 전단을 뿌린 단체들은 “우리는 익명으로 전단을 뿌리지 않는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직후인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종북?’ ‘진짜 종북은 누구인가?’라는 내용의 전단을 통해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들은 마스크와 두꺼운 옷으로 얼굴과 몸을 가린 뒤 문이 열린 고층건물 옥상에 올라가 기습적으로 전단을 뿌린다. 경찰 수사는 답보 상태다. 유일한 단서인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임휘성 서울 서초경찰서 지능수사과장은 2일 “전단이 뿌려진 건물과 지하철, 버스 등 이동경로에 있는 시시티브이를 모두 확인했지만 신원 파악에 실패했다”고 했다. 서현수 마포서 수사과장도 “지난해 말 사건조차도 아직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온라인을 통한 정부 비판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으로 처벌되는 사례가 늘면서 시각적으로 ‘저항’의 의미가 뚜렷한 전단 살포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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