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왼쪽)와 채명성 법제이사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변협, 헌법소원 심판 청구
직무 무관한 금품수수 처벌도
헌재, 직권으로 심리 가능성
당분간은 국회 논의 지켜볼듯
직무 무관한 금품수수 처벌도
헌재, 직권으로 심리 가능성
당분간은 국회 논의 지켜볼듯
대한변호사협회(변협·회장 하창우)가 5일 헌법재판소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변협은 김영란법이 언론인을 적용 대상에 포함해 언론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주로 지적했지만, ‘공직자의 직무관련성 없는 금품 수수’ 처벌 등 김영란법의 근간을 이루는 규정들에 대해서도 헌재가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 “김영란법, 언론의 자유·평등권 침해 소지”
변협은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서 언론의 자유 침해를 강하게 우려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인데도, 언론인도 적용 대상에 포함해 민간 영역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염려된다”는 것이다. 변협은 김영란법을 두고 “언론의 자유가 침해당할 우려가 매우 커진 것으로 판단되며, 공권력에 의한 언론 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금융·의료·법률 등의 민간 영역은 제외하고 언론과 교육 영역에 대해서만 규제해 평등권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소원은 해당 법률로 인해 직접적 영향을 받는 당사자여야 제기할 수 있어, 변협은 강신업 공보이사와 함께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 <대한변협신문> 박형연 편집인을 공동 청구인에 포함했다.
변협은 이외에도 김영란법이 금지하는 ‘부정청탁’이 ‘정당한 청원이나 민원 제기’와 분명히 구분되지 않아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공직자 등이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신고하도록 강제해 양심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언론의 자유와 명확성의 원칙 위배 소지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끊기 위해서는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배우자의 금품 수수 신고 의무를 부여한 것에도 의견이 갈린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타인을 처벌할 목적으로 타인을 신고하도록 하는 국가보안법과 달리)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을 때 공직자 자신이 받은 것으로 간주해 신고 의무를 부과한 것이므로 양심의 자유와는 무관하다. 신고로 인해 배우자가 처벌받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 ‘직무관련성 없는 금품수수 처벌’도 위헌 가능성?
헌법소원심판 청구 내용에는 없지만,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금품을 받은 공직자를 처벌하도록 한 조항 등도 심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헌재는 청구된 내용과 불가분의 관계라면 그 외의 쟁점도 직권으로 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공직자 등이 한차례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그것이 직무와 무관한 기부·후원·증여 명목이더라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직무와 무관해도 돈을 받는 것 자체를 포괄적으로 금지한 것은 형벌의 명확성의 원칙 및 형사법체계와의 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영란법은 전제가 공무원에게 돈을 주면 곧 부정한 의도가 있다는 것인데, 구체적 해악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뇌물죄에서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요건으로 삼은 것은 단순히 증여라는 행위 자체는 계약의 일종으로 재산권 행사의 자유에 포함되기 때문”이라며 “김영란법은 형사법과 헌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을 넘겨받은 헌재는 당분간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본 뒤 심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한 헌법연구관은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헌재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시행 전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심리는 일종의 예외여서, 국회에서 법 개정이나 보완 논의를 거쳐 시행 법률안이 어느 정도 확정된 뒤 심리를 본격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식 노현웅 이경미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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