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태양 아래 민낯의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던 아파트 위로 밤이 되자 정월 보름달이 이불처럼 드리웠다. 핀홀카메라로 찍은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969년 지어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스카이아파트에 4일 밤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있다. 쩍쩍 갈라진 벽과 앙상하게 드러난 철골. 한낮 태양 아래 민낯의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던 아파트 위로 밤이 되자 정월 보름달이 이불처럼 드리웠다.
스카이아파트는 2005년 정릉3구역 재개발 지구로 사업승인을 받았으나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되며 사업성이 악화돼 흐지부지됐다. 2008년 안전진단에서 긴급 대피가 필요한 E등급을 받아 부동산 거래도 금지됐다. 사실상 집이 전 재산인 이들은 현실적인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이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140가구 중 아직 16가구가 남아 있다.
이날 만난 일흔여덟살 노인은 “여긴 답이 없다”고 체념한 듯 말했다. “무너진다는데 무섭지 않냐고들 묻지요. 무서울 게 뭐 있겠소. 임대아파트 가라하는데 학교 급식원 일자리도 올해는 못얻고, 노령연금 20만원이 수입의 전부야. 관리비 못내 쫓겨날 것 뻔히 알면서 어찌 나가나. 죽으나 사나 내 집에 살 수밖에.”
지자체인 성북구청도 애타기는 마찬가지. 건물 안전을 우려해 매일 순찰을 돌고 ‘최대 3천만원인 서울시 재난관리기금 대출과 에스에이치 공사 매입 임대 아파트 추천’을 통해 이주를 장려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도 애초 이 아파트가 민간 소유라서 세입자와 거주하는 집주인들에게 ’임대아파트’를 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2008년 1월 안전진단에서 E급을 받자 임대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모두 저마다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요원하다. 지금의 구조가 빚은 사각지대 안에서 지금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인재’가 예고되는 돼도 막지 못하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성북구 정릉동 스카이아파트에 4일 밤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낮 태양 아래 민낯의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던 아파트 위로 밤이 되자 정월 보름달이 이불처럼 드리웠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릉 스카이아파트 내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릉 스카이아파트 내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쩍쩍 갈라진 벽과 앙상하게 드러난 철골의 정릉 스카이아파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쩍쩍 갈라진 벽과 앙상하게 드러난 철골의 정릉 스카이아파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쩍쩍 갈라진 벽과 앙상하게 드러난 철골의 정릉 스카이아파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쩍쩍 갈라진 벽과 앙상하게 드러난 철골의 정릉 스카이아파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쩍쩍 갈라진 벽과 앙상하게 드러난 철골의 정릉 스카이아파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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