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왼쪽)가 8일 오전 입원중인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병문안을 온 제임스 위너펠드 미 합참 차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리퍼트 대사 피습’ 경찰 수사
압수물 이적표현물로 판명 나도
연구목적 등 소지땐 처벌 어려워
과거 ‘김정일 분향소’ 추진 경위
7차례 방북 행적 등도 살펴볼듯
압수물 이적표현물로 판명 나도
연구목적 등 소지땐 처벌 어려워
과거 ‘김정일 분향소’ 추진 경위
7차례 방북 행적 등도 살펴볼듯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55)씨의 범행 동기와 배후를 수사하는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배후를 밝히라고 독촉하는 상황에서 일단 보안법 위반 혐의를 디딤돌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6일 확보한 김씨 관련 압수물품 219점 가운데 ‘이적성이 의심되는’ 서적 등 30건에 대해 8일 전문가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의뢰 대상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쓴 <영화예술론> 등 북한 책자, 이적단체라는 판결을 받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가 발행한 ‘민족의 진로’, 주체사상 관련 내용이 담긴 ‘정치사상 강좌’가 들어 있다. 경찰은 북한 관련 석·박사급 전공자들로 구성된 대학 연구기관 등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김씨의 컴퓨터 저장장치와 휴대전화의 지워진 정보를 복원해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 문건에 대한 감정 결과에 따라 보안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김씨를 15일께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 서적과 주체사상 관련 책자 등이 나온 만큼, 경찰은 보안법의 이적표현물 소지 및 찬양·고무 혐의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적단체(범민련)가 발행한 문서이면서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이 있으면 이적표현물로 인정된다. 정기간행물인 ‘민족의 진로’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직후 발행한 호가 법원에서 이적표현물로 인정됐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이적표현물 단순 소지를 넘어 변란 선동 또는 찬양·고무·동조의 ‘목적’을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씨가 연구 목적으로 ‘단순 소지’를 했다고 하면 처벌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오혜란 전 사무처장의 경우 이적표현물 소지로 기소됐지만, 1·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오씨의 주장이 북한의 주장과 다소 다르고, 오씨가 북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피력한 점 등을 들어 연구 목적을 인정한 것이다.
1996년 ‘남한사회 통일문화운동의 과제’라는 석사논문을 쓴 김씨는 북한 관련 서적은 통일 공부를 위해 소지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김씨의 북한 관련성을 입증하려고 7차례 방북 때의 행적과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의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한 경위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과거 활동보다는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행위 자체가 이적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보안법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 대사 피습 행위 자체에 이적 목적을 인정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경찰은 김씨의 통신 내역, 금융계좌 입출금 내역 분석을 통해 공범 또는 배후세력 존재 여부도 수사중이다. 보수언론 등은 김씨가 다른 단체들과 연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반대 기자회견 등에 나선 점을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를 아는 인사들은 그가 매우 돌출적인 성격에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고 전하며 ‘조직적 배후설’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김씨도 단독범행임을 주장하며 ‘(범행) 당일 아침에 과도를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범행 양태 자체가 ‘배후’의 존재를 의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경미 김규남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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