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다문화’ 돕는 다문화 아줌마들

등록 2015-03-08 20:00수정 2015-03-09 11:45

6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1층 외국인 전용창구에서 필리핀 출신 계약직 공무원 김소영(왼쪽)씨와 베트남 출신 레티프엉니(가운데), 중국 출신 진지홍씨가 외국인들의 민원 처리를 돕고 있다. 성동구청 제공
6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1층 외국인 전용창구에서 필리핀 출신 계약직 공무원 김소영(왼쪽)씨와 베트남 출신 레티프엉니(가운데), 중국 출신 진지홍씨가 외국인들의 민원 처리를 돕고 있다. 성동구청 제공
성동구청 서울 첫 ‘외국인 전용창구’의 이주 여성 3명
한국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이젠 남 도울 수 있어 행복
“다문화가족 편견 사라졌으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1층 민원실에서 주소지를 변경하러 온 중국 유학생 두명이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베트남 출신 레티프엉니(28)가 금세 이들을 알아보고는 ‘외국인 전용창구’로 안내했다. 중국 출신인 진지홍(44)씨는 중국어로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고, 필리핀에서 온 김소영(43)씨는 곧바로 ‘통합신청서’를 꺼내들었다. 중국 유학생들이 주소지를 변경하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성동구는 2011년 7월 서울 자치구로는 처음으로 ‘외국인 전용창구’를 만들었다. 김씨는 그때부터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해왔고, 진씨와 레티프엉니는 지난해부터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 등을 통해 함께하고 있다. 김씨는 “멀리서 걸어오는 것만 봐도 개인적 도움을 청하러 왔는지, 다른 업무를 보러 왔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결혼이주여성들이다. 스스로를 ‘행복한 아줌마’라고 부르는 이들도 대다수 이주여성들처럼 한국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2004년 한국에 온 진씨는 5년간 거의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첫아이를 낳자마자 아이의 신장에서 구멍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시부모와 친정어머니가 없어 ‘도움 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친정아버지를 초청했지만 두번이나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 뒤 한국어도 배우지 않고 거의 집에서만 지냈다고 했다. 그는 5살 때 처음으로 유치원에 간 아이가 “선생님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울면서 돌아온 뒤로 바뀌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한국말은 못하고, 아이를 붙잡고 펑펑 울었어요. 1년 뒤 선생님이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 심정은 말로 표현을 못 해요.”

1997년 한국에 온 김씨는 두 딸을 모두 필리핀으로 보내고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한국에 온 지 1년 만에 큰딸을 보냈고, 2000년에 태어난 둘째 딸도 보냈다. 남편과도 그때쯤 헤어졌다. 오전에는 직업소개소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영어강사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힘들어도 같이 살자는 생각에 둘째 딸이 여섯살 때 한국으로 데려왔다.

김씨는 사정을 잘 아는 외국인근로자센터의 추천으로 2011년부터 성동구 보육가족과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한다. “아이 셋을 둔 엄마가 남편을 갑자기 잃고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면서 찾아온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집에 가봤는데 옥탑방에 화장실도 없이 열악했어요. 어디서 지원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고 병원도 같이 가주고 그랬어요.”

김씨 등은 이날도 오후 3시부터 두시간 동안 구청을 찾은 8명의 ‘다문화’ 민원인의 업무를 도왔다.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행복하다고 했다.

2011년 친척 소개로 베트남에서 남편을 만나 한국에 온 레티프엉니는 “힘들 때도 있지만 이 기회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부탁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말을 잘 못해도 다 똑같은 사람으로 바라봐줬으면, 다문화가족에 대해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요.”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