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된 사람을 적법한 절차 없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이승철 판사는 30일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고소로 체포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김아무개와 김씨의 아내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씨와 김씨의 아내에게 각각 1000만원과 100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판결문을 보면, 김씨는 2002년 3월26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김씨에게 일주일 전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김아무개씨에 의해 가해자로 지목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연행 당일에 고소장을 냈을 뿐 아니라 김씨가 전동차 안에서 또다른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지하철 역무실로 연행해 조사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를 체포할 때 김씨가 성추행했다는 피해 여성을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체포된 날 저녁 김씨의 회사로 찾아가 무릎을 꿇고 체포에 대해 사과했다. 김씨는 체포될 당시의 혐의가 아닌 고소인 김씨가 제기한 혐의만으로 기소됐고, 그 혐의도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됐다. 그 뒤 김씨는“경찰과 검사의 위법행위로 장기간 조사와 재판을 받으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관이 김씨의 두번째 성추행 사건을 거의 조사하지 않고 고소된 사건에 관해서만 신문한 점 등을 볼 때, 경찰이 성추행 고소건으로 김씨를 체포했다가 그 요건에 문제가 생기자 나중에 ‘현행범 체포’로 수사기록을 바꿔 작성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만 고소장에 따라 김씨를 기소한 검찰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덧붙였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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