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곳 압수수색…준장 출신도 체포
2009년 공군 훈련장비 도입 중개
수백억 빼돌려 로비 했는지도 수사
2009년 공군 훈련장비 도입 중개
수백억 빼돌려 로비 했는지도 수사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11일 무기중개업체인 일광공영 및 일광그룹 계열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이규태(66) 일광그룹 회장을 체포했다. 예비역 공군 준장인 권영우 일진하이테크 고문도 체포했다.
합수단은 2009년 터키 업체 하벨산의 1365억원 규모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를 방위사업청에 중개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사기)를 잡고 이날 서울 성북구 삼선동 일광그룹 본사와 이 회장 집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서류를 압수했다. 전자전 훈련장비는 공대공·지대공 미사일 공격을 비롯한 위협 상황에서 조종사의 대응 능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장비다. 방사청 감시정찰정보전자전 사업부장을 지낸 권씨는 전역 뒤 에스케이씨앤씨 국방전략담당 상무를 맡아 하벨산에서 540여억원 규모의 전자전 훈련장비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하고 이 중 일부를 일광그룹 계열사인 일진하이테크에 재하청을 주는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에스케이씨앤씨에서 나온 뒤에는 일진하이테크 고문으로 일했다. 합수단은 일광공영이 무기 중개 과정에서 수백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방사청이나 공군 고위층을 대상으로 금품 로비를 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1985년 세운 일광공영은 대형 무기 중개사업을 여러 건 진행했다. 이 회장은 연예기획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일광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한국 정부가 소련에 제공한 차관의 일부를 무기로 되돌려받은 ‘불곰 사업’에서 중개비 등 800만달러(약 90억원)를 사실상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로 송금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로 2009년 기소돼 2012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았다. 합수단은 이 교회도 압수수색했다. 일광그룹 계열사인 일진하이테크는 최근 무인정찰기 도입 사업과 관련해 군사 기밀을 불법 입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합수단은 이 회장과 권씨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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