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 요청 받고 100달러 아닌 1000달러 60장 건네
손님 “난 몰랐다” 반환 거부…은행, 횡령 혐의 고소
은행 직원의 실수로 고객에게 10배나 많은 돈을 환전해줬다. 고객은 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돈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법적 책임은 어떻게 될까.
사업가 이아무개(51)씨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은행 지점에서 500만원을 싱가포르달러로 바꿔달라고 했다. 은행 직원이 실수로 100달러가 아닌 1000달러짜리 60장을 건넸다. 원화로는 486만원 정도를 줬어야 하는데 4868만원을 건넨 것이다. 은행 쪽이 뒤늦게 이씨에게 연락했지만, 이씨는 “봉투에 6만달러가 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게다가 인출 직후 봉투를 잃어버려 경찰에 분실신고까지 했다”고 했다. 은행은 이씨를 횡령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해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법조인들은 이씨가 6만달러의 존재를 알았는지 등 ‘고의성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11일 “대법원 판례를 보면, 돈을 받은 사람이 즉시 돌려주지 않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몰랐다가 뒤늦게 알았다면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고의성 입증을 못 할 경우, 은행은 민사소송을 낼 수 있다. 윤성봉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이 가능하다. 돈을 더 받아 갔다는 사실을 은행이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준 강남경찰서 경제2팀장은 “이씨가 일부러 돈을 더 받으려는 행위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 잘못도 있는 상황이라 횡령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