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대 알선수재’ 논란 끝에
대법, 내연남의 청탁대가 불인정
대법, 내연남의 청탁대가 불인정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2일 내연관계에 있는 변호사한테서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기소된 ‘벤츠 여검사’ 사건의 이아무개(40) 전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검사는 2011년 최호근(53) 변호사한테서 자신이 건설업 동업자를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담당 검사에게 재촉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벤츠 승용차와 신용카드를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전 검사는 이 신용카드로 샤넬 핸드백과 명품 옷 등을 사는 등 모두 5591만원어치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청탁 이전에 받은 신용카드와 벤츠 승용차라도 청탁을 받은 시점부터는 단순히 내연관계에 따른 경제적 지원을 넘어 대가성을 가지게 된다”며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의 고소 사건을 살펴보던 중 “샤넬 가방값 540만원을 보내라”고 한 사실 등도 유죄 근거로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이 전 검사가 신용카드와 벤츠 승용차를 교부받은 시기와 청탁 시점 사이에 간격이 존재하고, 청탁 전후 받은 지원 금액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청탁 대가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검사가 청탁을 받은 것은 2010년 9월인데, 신용카드는 그해 4월에 받았고, 함께 사용하던 벤츠를 이 전 검사 혼자 쓰기 시작한 것은 2009년 4월이기 때문에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벤츠에 대해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사랑의 정표로 받은 것 같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대법원도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과 금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어야 성립한다”며 “대가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을 때 논란이 들끓어 ‘김영란법’ 제정의 계기가 됐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100만원 이상 금품수수는 대가관계가 규명되지 않아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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