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섭 전 서울고법원장
18일까지 서울고등법원 청사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과 함께 ‘가장 존경하는 법관’으로 손꼽히는 김홍섭(1915~65) 전 서울고법원장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린다.
서울고법은 12~18일 청사 1층 대회의실 앞에서 고인이 법관 시절 사형수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시·그림·법복 등을 전시하는 ‘김홍섭 회고전’을 연다. 고인의 50주기인 16일에는 추념식도 연다.
고인은 판사 시절 피고인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한 재판장으로 유명했다. 구치소를 찾아가 사형수를 면회하거나 그들의 무덤을 찾아 기도를 했다. 천주교 신자였던 그에게 감화받아 세례를 받은 피고인도 여럿이다. 육군 특무부대장 김창룡을 암살 교사한 혐의로 사형당한 허태영 육군 대령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의 대부를 맡기도 했다. 그런 고인에게 장면 전 총리는 ‘거룩한 일을 위하여 헌신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도 법관’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고인은 청빈한 삶으로도 존경을 받았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일할 때까지 10년가량 군 작업복 바지에 장인에게 물려받은 양복저고리를 입고 도시락과 법전을 옆구리에 낀 채 출근하던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도시락 판사’라고 불렀다. 1960년대 초 고위직 공무원 부인들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문제가 불거지자 한 법조 전문지에 “대법관만이라도 호화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일을 스스로 삼가야 한다”는 글을 기고해 법조계에 파문을 일으켰다고 한다.
일제 말기 변호사로 생활하다 해방 뒤 판사로 임용된 고인은 서울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광주고법원장을 거쳤으며, 서울고법원장이던 1965년 간암으로 별세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