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들은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의견을 올릴 때에도 품위를 손상하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지침이 마련됐다.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저질 욕설 등을 담은 악성 댓글 1만건가량을 작성해온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사직한 이아무개(45)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 사건의 후속 조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어, ‘법관이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으로 의견표명 시 유의할 사항’을 권고 의견으로 의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내용을 보면, 법관은 인터넷에 익명으로 글을 게시하거나 공개 대상이 제한된 폐쇄된 사이트에 글을 올릴 경우에도,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협박, 음란·저속한 표현 등 법관 품위를 손상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성별·인종·나이·지역 등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판사 자신이 담당한 사건의 합의 내용이나 공개되지 않은 사건 내용, 소송 관계인의 신상정보도 공개하지 않아야 하고, 자신이 한 재판의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거나 재판 내용에 대한 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의견 표명도 삼가도록 했다.
위원회는 “모든 법관은 익명으로 인터넷에 올리는 글이라도 그것이 어떤 경로로든 공개될 가능성이 있음을 명심해,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고 의견은 공직자윤리법,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규칙에 근거해 법관 윤리강령의 구체적 적용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인터넷글 게시 관련 권고까지 모두 10개의 권고 의견이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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