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이 농성 89일째인 11일 오후 농성을 중단하고 굴뚝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창근 페이스북 갈무리.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굴뚝에서 농성을 벌이다 89일 만에 내려온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2단독 허양윤 판사는 13일 오후 “쌍용차가 오늘 고소를 취하한 데다, 피의자가 향후 성실히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고 다짐한 점 등을 고려하면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앞서 평택경찰서는 김 사무국장에 대해 업무 방해 및 주거 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국장은 지난해 12월13일 평택공장 안으로 들어간 뒤 70m 높이의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고, 회사 쪽은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를 했다. 경찰은 또 지난 11일 건강 악화로 농성을 중단하고 굴뚝에서 내려온 김 사무국장을 12일 오후 병원으로 찾아가 3시간가량 조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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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혼자 ‘굴뚝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오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당시 많은 해고 노동자들이 법원 앞에 모여 구속수사의 부당함을 알리는 등 온몸으로 탄원한 것이 영장 기각에 영향을 준 것 같다”며 “회사 쪽이 오늘에서야 고소를 취하한 것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성실한 교섭을 위해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경찰의 영장 신청에 대해 성명을 내어 “우리 형사소송법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을 경우 구속 수사할 수 있게 돼 있다. 김 국장은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나 가능성이 전혀 없어 구속 수사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이어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아픈 숙제다. 2명의 해고자가 한겨울 차디찬 굴뚝에 올랐던 것은 그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