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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범인 잡기’ 보다 힘든 ’후배 잡기’…‘구인난’ 강력계 “형사님 모십니다”

등록 2015-03-16 20:42수정 2015-03-17 14:29

“위험한 일 안 시킨다” “비번 보장” 약속까지
고된 근무 환경 탓 지원자 드물고
‘시험 중시’ 인사제도도 기피 불러
계장이 후배 붙들고 삼고초려도
“일보다 개인생활 챙기는 분위기
인원·수당 확충 등 유인책 절실”
영화 투캅스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영화 투캅스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나가겠다는 사람은 줄을 섰는데 오겠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강력계 경력 30년을 채워가는 서울지역 한 경찰서 강력계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난달 경찰 정기인사 때 강력계 진용을 새로 갖추면서 온갖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관할 지구대와 파출소를 찾아다니며 강력계 지원을 꺼리는 후배들을 붙들고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절대로 위험한 일 안 시키겠다’ ‘비번 보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고 형사님들을 모셔왔다”고 털어놨다.

일선 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이 범인 잡기보다 ‘후배 잡기’에 나섰다. 살인·강도·절도 등 강력사건을 전담하며 한때 ‘경찰의 꽃’이라 불리던 강력계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순경 공채시험 경쟁률은 17 대 1에 이르렀다. 경찰을 지망하는 이들은 많지만 정작 경찰이 된 뒤엔 ‘형사’를 지망하는 이들은 적다. 그렇다 보니 강력계에 한번 발을 들이면 빼기가 힘들다. 고참들은 “강력계를 나가려면 ‘대타’를 구해놓고 나가라”며 ‘반협박’까지 해야 하는 처지다.

강력계 기피 배경에는 고된 근무환경이 있다. 서울지역 경찰서 강력계는 5~8개 팀(팀당 5명)으로 짜여 있다. 팀별로 돌아가며 하루씩 당직을 서고 다음날은 비번이다. 그러나 방범카메라와 블랙박스 영상,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현장 탐문을 하느라 비번일 때도 쉴 틈은 별로 없다고 형사들은 입을 모은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카메라가 범인 검거에 결정적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예전 ‘선배’들과 달리 수백시간에 달하는 녹화영상을 ‘눈이 빠지게’ 돌려보는 중노동이 추가로 생겼다.

한 경찰서 강력팀장은 16일 “방범카메라나 블랙박스가 늘어 수사가 쉬워졌다지만 현장을 돌면서 카메라의 위치를 파악하고 시민들에게 영상을 보여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화질이 안 좋거나 사각지대가 있어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고 했다.

강력계 형사들은 범인 검거를 위한 출장과 잠복도 숱하게 하기 때문에 근무 스케줄은 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들 나이를 종종 까먹는다”는 한 40대 형사는 강력계 기피 현상의 원인으로 “가정이나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들었다. 젊은 경찰들은 근무 교대시간이 정확한 지구대와 파출소,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집회 현장 질서 유지 업무를 하는 기동대를 선호한다고 한다.

승진자의 절반을 시험으로 뽑는 경찰 인사제도 탓도 있다. 시험 공부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부서에 가는 게 현장에서 발로 뛰는 것보다 이득이기 때문이다.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지구대로 보내주지 않으면 사표 쓰겠다’는 강력팀 형사의 대타를 찾기 위해 전화를 스무통은 돌렸다. 경력 많은 경찰은 언감생심이고 멋모르고 형사를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젊은 직원들을 데려다 가르쳐가며 일을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런 현상은 치안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년을 앞둔 한 수사과장은 “젊은 형사들이 조금 하고 다 나가려고 하니 결국 경험 많은 베테랑 형사가 나오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다른 경찰서의 형사과장은 “인원과 수당을 늘리는 등 유인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시험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 대신 일 잘하는 사람을 승진시킨다’는 인사 원칙을 밝힌 바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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