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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임금체불 막는 제도 ‘있으나마나’

등록 2015-03-17 21:29수정 2015-03-17 22:54

서울시, ‘대금e바로시스템’ 만들고도 제대로 홍보·관리 안해
현장 노동자들 대부분 정보 ‘깜깜’
‘대금 입금’ 알림 메시지 누락 일쑤
시공사, 다단계하도급 감추려 기피
“좋은 제도 만들고 무용지물” 지적
“석달간 돈을 못 받아 빚에 빚을 안고 살고 있어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시행하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이아무개(56)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동료 2명과 함께 6.6㎡ 남짓한 모텔방에서 지내고 있다. 한달 방값으로 1인당 30만원씩을 내야 하지만, 그는 석달치 임금 8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결국 카드빚을 낸 이씨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만 250여명이고, 밀린 임금은 10억원 정도”라고 했다. 농성도 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4월과 5월에 절반씩 나눠 주겠다”는 말뿐이었다.

서울시는 건설현장에서 비일비재한 임금체불을 시 관급공사에서만큼은 없애겠다며 2013년 전국 최초로 ‘대금 e바로 시스템’을 만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관급공사는 이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미리 약정한 금융기관에 관급공사 대금과 임금을 지급하면 원청이나 하도급 업체를 거치지 않고 노동자와 협력업체 계좌로 직접 입금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장 노동자들은 이 시스템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공사대금을 은행에 입금하면 노동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입금 사실을 통보하도록 돼 있지만,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은 이는 드물다고 한다. 이씨는 17일 “문자메시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서울시에 물어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대답만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씨가 하는 공사와 관련해 지난해 12월과 2월 모두 4차례에 걸쳐 e바로 시스템을 통해 임금과 공사대금으로 110억여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서울시 공기업인 에스에이치(SH)공사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한 장아무개(60)씨는 “한달치 임금을 두달 만에 겨우 받았다. 그런 시스템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고 했다.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서울시 관급공사라도 임금을 받는 데 평균 50~60일이 걸린다고 했다. 우아무개(56)씨는 “2013년 처음 시스템이 시작됐을 때는 문자메시지도 오고 했는데, 이후로는 문자가 오지 않아 이 제도가 없어진 줄 알았다”고 했다.

여기에는 건설현장의 뿌리 깊은 불법 하도급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을 감추기 위해 시공사 등에서 이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창년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장은 “가령 노동자들과 100원에 계약했더라도 중간수수료를 떼면 실제로 지급되는 돈은 80원도 안 된다. 그런데 이 시스템에서는 100원이 갔다고 찍혀 나오니 시공사나 전문건설업체 등에서 이를 감추기 위해 아예 서울시에 돈을 달라는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e바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시공사 돈으로 선지급을 했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관련 서류만 갖추면 예전처럼 그냥 목돈을 한번에 받을 수 있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현장 노동자들이 (시스템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많아 계좌로 직접 돈이 가지 않더라도 확인이 어렵다”며 “제재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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