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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신입생들에 ‘행동규정’ 강제

등록 2015-03-25 14:17수정 2015-03-25 15:26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1학년 학생들(연두색 체육복)과 2학년 학생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북측산책로에서 팔벌려뛰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1학년 학생들(연두색 체육복)과 2학년 학생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북측산책로에서 팔벌려뛰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선배님께 술을 따를 땐 컵의 1/3만 부어야”
고학번 선배들이 ‘체력단력’이라는 이름으로 신입생 등을 강제 훈련 (▶ 관련 기사 ) 시킨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서 ‘신입생 행동 규정’도 만들어 이행을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동 규정에는 선·후배 간 인사법과 용의 복장 규정, 훈련시 금지 사항, 술자리 예절 등의 폭력적 군대 문화가 포함돼 있다.

25일 <한겨레>가 입수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신입생 행동규정을 보면, △주도 예절 △전화 예절 △수업 예절 △용의 복장 규정 등이 규정에 포함돼 있다. 행동규정에 대한 학생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선배에게 술을 따를 때는 컵의 1/3 분량만 부어야 한다. 전화 통화 때는 “신입생 000입니다”라고 관등성명식으로 이름을 밝혀야 한다. 손톱도 바짝 깎고 다녀야 하고, 수업을 받는 강의실에 선배가 있으면 선배보다 앞에 앉아야 한다. 수업이 끝났을 때는 먼저 짐을 챙기지 말고 강의실 밖으로 뛰어나가 대기하고 있다가 선배에게 “수고 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해야 한다.

학과 운동 소모임(축구·농구·야구) 참여도 필수다. 군대에나 있는 ‘취식보행 금지’ 항목도 눈에 띈다. 걷는 도중에는 이어폰 사용 등도 금지된다. 이런 규정은 서울 필동로 동국대 캠퍼스부터 인근에 있는 충무로역까지 신입생들이 지켜야하는 행동규정이다.

지켜야하는 복장 규정도 있었다. 신입생에게는 파마와 염색 화장 등이 금지된다. 여학생의 경우, 치마나 치마레깅스를 입을 수 없고 장신구 착용도 금지된다. 또 훈련 때 머리를 만질 수 없고, 안경 착용도 금지된다. 실제 지난 23일 밤 강제 체력훈련에서도 머리가 긴 여학생들이 검은색 머리끈으로 머리를 한 갈래로 질끈 묶고 화장기 없는 피부로 훈련을 받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행동 규정이 이행되는 장면은 캠퍼스 곳곳에서 목격됐다. <한겨레> 취재진이 23일 동국대를 찾았을 때, 캠퍼스 곳곳에서 선배에게 인사하는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동국대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한 학생이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학생에게 고개를 숙이고 정중히 인사를 했다. 곧바로 학생에게 다가가 경찰행정학부가 속한 사회과학관의 위치를 묻자 취재진을 경찰행정학과 선배로 인지한 신입생이 고개를 숙이고 정중히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 학생에게 경찰행정학과는 선배에게 어떻게 인사를 하느냐고 묻자 “선배를 보면 멈춰서 인사하거나 조금 멀리서 보이면 달려가서 인사한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사회과학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6명의 신입생들이 뛰어가 선배로 보이는 한 학생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큰 목소리로 인사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학과 건물에서 만난 신입생들은 취재진에게도 여러 번 인사했다. 취재진이 지켜본 경찰행정학과 신입생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대부분 수수한 복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생회는 이에 대해 “인사 규정 등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과도기인데 저희가 선배들한테 하니까 후배들이 따라하는 것일 뿐 강제하지 않는다”며 “신입생들이 학기 초반이라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뛰어오면서 인사를 하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진이 ‘신입생 행동규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자 “의무적으로 시킨다고 그걸 그대로 하는 대학생이 어디 있겠냐”며 “예전에 비해 상황이 바뀌어서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동국대를 다녀간 뒤인 24일 오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생회는 해명과 달리 신입생들에게 “허리 숙이거나 뛰어가서 인사하기를 하지 말라”며 “목소리도 크게 인사하지 말고 선배를 마주쳤을 때 다른 과가 하는 것처럼 기본적인 예의만 지키라”고 지시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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