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이동 방향과 직각으로 무단횡단하는 보행자의 충돌 상황(➊)과 차량을 향해 뛰어드는 보행자와의 충돌 상황(➋). 일부러 뛰어든 경우에는 왼팔로 방어하는 자세가 드러난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치료비 많이 나오자 교통사고 주장
시뮬레이션 재현프로그램에 ‘들통’
시뮬레이션 재현프로그램에 ‘들통’
지난해 9월17일 자정 무렵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에서 심아무개(22)씨가 무단횡단을 하다가 택시에 치였다. 22년 무사고 경력을 디딤돌 삼아 개인택시 면허를 꿈꾸던 택시기사 조아무개(53)씨는 땅을 쳤다. 그런데 조씨는 블랙박스 영상을 돌려 본 뒤 심씨가 일부러 택시를 향해 달려왔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경찰 역시 보험금을 노린 고의 사고를 의심했다. 하지만 왼쪽 무릎인대 파열로 전치 12주 진단을 받고 입원한 심씨는 “다친 사람을 왜 범인 취급 하느냐”며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거부했다.
심씨의 거짓말은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재현 프로그램’(PC-CRASH)을 통해 들통 났다. 이는 차량 속도, 차량과 사람의 거리, 차량 파손 상태, 신체 각도 등을 입력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심씨가 무단횡단을 하다 뜻하지 않게 사고를 당했다면 무릎인대 파열이 아니라 왼쪽 무릎 골절상을 입을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에 치이기 직전 충격을 줄이려고 몸을 날린 정황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이를 근거로 추궁하자 심씨는 뒤늦게 고의 사고를 인정했다. 심씨는 “여자친구가 결별을 통보했는데, 교통사고로 입원하면 여자친구가 극진하게 간호해줄 것으로 믿었다. 치료비가 470만원이나 나와 거짓말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심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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