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로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집과 교육부, 중앙대학교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자원외교 수사 등 전 정권 비리 사정이 한창인 가운데 검찰의 칼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청와대 수석에게까지 뻗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박씨가 청와대 교문수석으로 일하던 2011년 중앙대 서울 흑석캠퍼스와 안성캠퍼스, 적십자간호대학 등 캠퍼스 3곳을 통합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를 잡고 27일 오전 교육부와 중앙대 등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05년 2월부터 6년 동안 중앙대 총장을 지낸 박씨가 교문수석 때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에 직접 부당한 압력을 넣어 중앙대의 통합 허가를 내주게 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 장소에는 당시 박 수석의 지시를 받고 중앙대 캠퍼스 통합 허가를 강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교육부 공무원의 집도 포함됐다.
박씨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뭇소리’ 재단 자금과 중앙대 교비를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가 청와대에 재직하던 2012년 12월24일 자본금 7억8800여만원을 들여 전통음악 및 창작 국악 보급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문화재단 뭇소리는 박씨와 그의 딸(34)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박씨 이외의 이사들의 대표권이 제한돼 있어 재단 업무의 주요 결정권은 박씨에게만 있다고 한다.
검찰은 박씨가 전권을 가지고 있는 뭇소리가 중앙국악연수원 부지의 소유권을 가지게 된 경위도 살펴보고 있다. 박씨는 중앙대 총장이던 2008년 중앙국악연수원 건설 명목으로 경기 양평군에 있는 자신의 땅을 한 예술협회에 기부했다. 양평군은 건설비 명목으로 9억5000만원을 지원했는데, 2013년 3월 이 땅은 다시 뭇소리에 증여됐다. 이와 함께 검찰은 박씨가 총장 재임 시절 교비를 횡령한 의혹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날 뭇소리 재단 사무실과 중앙대에서 압수한 각종 회계장부 등을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박씨의 횡령 혐의를 확인할 계획이다.
박씨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은 측근으로, 중앙대 총장을 마친 직후인 2011년 2월부터 2년 동안 청와대 교문수석을 지냈다.
이런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수석은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재직 시절 문제가 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고 뭇소리는 후배에게 물려준 상태”라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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