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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베트남전 학살’ 생존자 2명 첫 방한

등록 2015-03-29 20:03수정 2015-03-30 14:18

‘평화박물관’ 초청 내달 4일 입국
종전 40주년 기념행사 참석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주둔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학살 피해자 2명이 한국에 온다. 사단법인 평화박물관(이사장 이해동)은 지난 28일 “광복 70년, 베트남전 종전 40년을 맞아 4월7일부터 개최하는 ‘이재갑 사진전-하나의 전쟁, 두개의 기억’에 맞춰 전쟁 피해자 응우옌떤런(64), 응우옌티탄(55)씨와 호찌민시 전쟁증적박물관장 후인응옥번(53)씨를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4월4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첫날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위안부 역사관 방문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국회를 비롯해 서울·부산·대구에서 열리는 초청간담회에 참석한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주둔 지역의 민간인학살 생존자가 한국에 오기는 처음으로, 1965년 10월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전투병력을 최초로 파병한 이후 50년 만이며, 1975년 4월30일 사이공 함락으로 베트남전이 종료되고 남베트남이 패망한 지 40년 만이다.

응우옌떤런
응우옌떤런
응우옌떤런씨는 1966년 2월15일 주민 65명이 희생된 맹호부대 주둔지 인근 빈딘성 따이빈사(옛 이름 빈안사) 안빈마을에서, 응우옌티탄씨는 1968년 2월12일 주민 74명이 희생된 청룡부대 주둔지 인근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퐁넛마을에서 왔다. 사건 당일 맹호부대원들의 민가 수색 과정에서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잃고 하반신에 수류탄 파편이 박혀 평생 고통을 받아온 응우옌떤런씨는 2003년 한국인 의료단체인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의 도움으로 파편 제거수술을 받기도 했다. 응우옌티탄씨는 마을로 들어온 청룡부대원들에 의해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동생 등 가족 다섯명을 잃고 오빠는 불구가 되었으며, 본인도 배에 총을 맞아 장기가 밖으로 나오는 중상을 입어 1년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날의 기억과 후유증을 안고 평생을 살아왔다는 두 사람은 미리 준비한 성명서에서 “잔인한 학살과 고통스러운 비명으로 기억되는 ‘학살의 소리’는 아직도 머릿속에 살아 있다”며 “우리의 방문으로 한국 사회에서 베트남전쟁에 대한 깊이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응우옌티탄
응우옌티탄
이들과 함께 한국을 찾는 후인응옥번 호찌민시 전쟁증적박물관장은 4월6일 오후 국회를 예방하고 의원회관에서 ‘베트남 종전 40주년, 한국-베트남 친선’을 주제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초청행사를 기획한 평화박물관의 석미화 사무처장은 “베트남전 한국군 피해자들의 첫 한국 방문은 종전 40주년을 맞아 시민사회 차원에서 두 나라 간에 아픈 역사를 새롭게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1992년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첫 도쿄 방문에 비견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전 기간인 1965~1973년 연인원 32만명을 파병한 한국군은 베트남전 당시 북베트남군과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게릴라(베트콩) 등 적군 5만여명을 사살(아군 사망 5000명)했다는 전과만을 공식적으로 밝혀왔지만, 1999년 9월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베트남전 한국군 작전지역인 중부지방 5개 성 피해자 인터뷰를 처음 보도한 이후 9000명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과 논란에 휩싸여왔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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