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제자 운영 국악협회에 땅 기증
양평군 등 9억여 건설비 지급
2013년 청와대 임기 끝난 한달뒤
자신이 이사장으로 일하는
문화재단 ‘뭇소리’로 증여받아
‘양평군·국악협회 협약’ 어겨
양평군 등 9억여 건설비 지급
2013년 청와대 임기 끝난 한달뒤
자신이 이사장으로 일하는
문화재단 ‘뭇소리’로 증여받아
‘양평군·국악협회 협약’ 어겨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양평군과 경기도가 9억여원을 들여 지은 중앙국악연수원을 자신이 운영하는 재단 것으로 몰래 증여받은 사실이 30일 드러났다. 중앙국악연수원 건설비 지원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편법 증여 논란까지 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수석은 중앙대 총장 시절인 2008년 자신의 제자가 운영하는 중앙국악예술협회에 경기도 양평군 땅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중앙국악연수원을 만든다는 명목이었다. 이에 양평군이 군비 4억4700여만원을 투자했고 경기도가 시책추진비 5억원을 내 총 9억4700여만원이 중앙국악연수원 건설비 등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박 전 수석은 청와대 근무가 끝나고 한달 뒤인 2013년 3월 중앙국악예술협회에서 중앙국악연수원 부지 및 건물 소유권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 ‘뭇소리’의 것으로 증여받으면서 이같은 사실을 양평군에 알리지 않았다. 결국 박 전 수석이 국악 발전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땅이 9억여원이 투입된 건물과 함께 다시 박 전 수석이 운영하는 법인의 재산으로 몰래 돌아온 셈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중앙국악연수원 건립 지원에 따른 양평군·중앙국악예술협회 협약서’(2008년 7월17일)를 보면, “이 협약과 관련된 권리나 의무를 ‘갑’(양평군)의 승인 없이 제3자에 양도할 수 없다”고 돼있다. 중앙국악예술협회와 박 전 수석은 협약을 어기고 중앙국악연수원을 아무런 승인 없이 주고 받은 것이다. 양평군 관계자는 “우리도 최근 보도를 보고 중앙국악연수원이 증여된 것을 알고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국악연수원은 특혜 지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양평군과 경기도가 9억여원을 지원했지만 협약서에서 양평군이 제공받기로 한 내용은 초라하다. △연수원 개최 공연 객석 30% 이상을 군민에게 무료 제공 △관내 주민에게 국악 교육 프로그램 운영하고 매년 3인 이상 특기생 선발해 후원 △군민 대상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 월 1회 무료 제공 △국악 중심으로 양평군 전통문화예술 발굴 육성 노력 △군과 협의 하에 일부 시설 무상 제공, 다섯가지다. 그나마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과 공연은 몇 차례 열리지도 않았다.
이밖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양평군의 여러 사업이 박 전 수석과 그가 총장을 지낸 중앙대에 집중되기도 했다. 2008년 양평군은 양평군가를 새로 만든다며 박 전 수석에게 작곡을 의뢰했다. ‘양평 100년사’ 자료 연구용역은 중앙대에 맡겨졌다. 이 때문에 군의회에서는 박 전 수석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2008년 7월3일 양평군의회 본회의에서 김덕수 군의원은 “최근에 보면 뭐 하나 사건이 생기면 무조건 중앙대”라며 “왜 우리가 갑자기 중앙대한테 모든 걸 다 맡기냐”고 지적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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