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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양주 소년범 보호시설 문 닫을 위기 “여기 나가면 또 방황할까 걱정돼요”

등록 2015-03-30 20:05수정 2015-03-31 11:12

김교영(가명)양이 다섯 명이 함께 사는 ‘나사로의 집’ 방에서 사물함을 정리하고 있다.
김교영(가명)양이 다섯 명이 함께 사는 ‘나사로의 집’ 방에서 사물함을 정리하고 있다.
소년원 가기엔 범죄 가벼운
32명 생활중인 ‘나사로의 집’
5월부터 지원 중단 통보받아
시 “예산없다”-정부 “지자체 사업”
시설·지원 필요한데 책임 떠넘기기
김교영(가명·16)양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고 했다. “유치원 때 방에 소주 12병이 뒹굴었고, 농구공처럼 머리채를 잡아 방에 던졌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가출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법원이 아버지와 당분간 떨어져 지낼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폭력은 어머니는 물론 3살 터울인 언니한테서도 가해졌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생필품을 훔치고 본드를 마셨다. 2013년 9월 법원에서 ‘5호·6호 처분’을 받았다. 6호 처분은 소년원에 가기에는 범죄가 가볍고 귀가하면 재범 우려가 있는 청소년에게 내려진다. 이들은 6개월간 의무적으로 6호 시설에 머물게 되며, 원하면 6개월 연장도 가능하다. 6호 시설은 법무부가 관할하는 소년원과 다른 민간복지시설로, 프로그램 구성이 자유롭다. 학생들의 의사도 더 많이 반영된다. 5호 처분은 2년간 장기보호관찰을 받는 것이다. 교영양은 이 처분을 받고 6호 시설인 경기도 양주 ‘나사로의 집’으로 갔다. 현재 이곳엔 청소년 32명이 음악·검정고시 교육을 받으며 함께 머물고 있다.

교영양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적응이 힘들어 7개월을 겨우 버티고 나갔다고 했다. 하지만 폭력은 계속됐고, 이곳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난해 9월 판사의 명령으로 다시 6호 시설에 와서는 어릴 때 꿈인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달에 한번 면회 오는 아버지와의 관계도 조금씩 회복됐다. 지난 15일에는 아버지와 4시간 외출을 했다. “아빠랑 처음 옷을 샀고, 밥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었어요. 이 나이 되도록 그게 다 ‘처음’이었어요.”

그러나 오는 5월부터 예산 지원이 중단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나사로의 집에 머무는 청소년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나사로의 집은 연간 7억여원을 시에서 지원받고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최영재(63) 목사는 지난달 24일 양주시청으로부터 5월부터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고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나사로의 집은 최 목사가 소년원에 선교활동을 갔다 갈 곳 없는 아이 6명을 받아준 게 출발점이었다. 그동안 더 싼 전셋집을 찾아 열 번 넘게 이사했고, 1990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최 목사는 “여기 온 아이들은 부모의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다. 가정의 책임이 더 큰데 이런 아이들을 돌볼 시설은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보호치료시설인 6호 시설은 전국에 아홉 곳이 있다. 여성 청소년만 머무는 시설은 나사로의 집을 제외하고 서울에 ‘마자렐로센터’가 한 곳 더 있을 뿐이다.

16살 때 부모가 이혼한 이하진(가명·17)양은 나사로의 집에서 상담심리사의 꿈이 생기기 전까지 꿈이 없었다고 했다. “부모님은 하도 많이 싸워서 싸우는 게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였어요. 한 번도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중학교 2학년 때는 자살을 시도했다. 가출을 시작했고 아이들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팔았다. 처음에는 보호관찰을 받았지만, 가출이 계속되자 지난해 9월 6호 처분을 받게 됐다.

하진양은 나사로의 집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친구들과 밴드부 연습을 하고, 애견미용 자격증을 따고 검정고시를 보려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 하지만 시설이 없어지면 이런 꿈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이혼한 부모의 사정은 점점 어려워져 하진양은 딱히 머물 곳도 없다.

양주시와 보건복지부는 나사로의 집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서로 미루고 있다. 양주시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정부에서 주던 일부 지원금마저 끊겨 더 이상 지원이 힘든 실정이다. 아이들의 인적 구성만 봐도 양주시 출신이 없다. 시에서도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지자체 이양 사업’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양주/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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