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보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응시자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진관? 아니죠! 운전학원? 맞습니다!”
운전면허시험장 옆에 사진관을 가장한 천막 형태의 무등록 운전학원을 차려 놓고 불법으로 운전교습을 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은 2004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무등록 운전학원을 운영하면서 도로주행 등 상습적으로 무등록 운전교습 행위를 해온 학원장 김아무개(구속·55)씨 등 25명을 검거하고 운전교습에 이용된 자동차 6대 등을 압수했다고 1일 밝혔다.
비록 천막이었지만 김씨의 운전학원은 나름의 체계(?)도 갖췄다. 김씨는 2004년 7월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옆 인도에 사진관으로 위장한 천막 형태의 무등록 운전학원을 차렸다. 상담 및 수강료 수납, 기능교육, 도로주행 교육 등 각각 역할을 분담한 직원 15명도 뽑았다. 별도의 모집책은 인터넷이나 호객용 광고명함 등에 정식학원보다 절반가량 싼 20만원~25만원 정도의 가격을 내세워 수강생을 모집했다. 국내 실정을 잘 모르는 중국 등 외국인에게는 50만원으로 바가지를 씌우기도 했다. 도로주행에는 조수석에 보조브레이크를 달거나 브레이크에 조작봉을 연결한 불법개조 차량을 이용했다.
지난해에도 무등록 운전학원에 대한 단속을 벌여 30명을 검거하고 그 가운데 3명을 구속한 경찰은, 지난해부터 호객용 명함 등에 ‘경찰청 지정 학원’ 등으로 허위 광고하는 등 불법 행위가 날로 지능화함에 따라 올 1월1일부터 집중 단속을 벌여왔다.
경찰은 “무등록 운전학원에서 교습을 받으면 계약해지 시 수강료 반환이 어렵고 차량의 안전 보조 장치인 보조브레이크가 불법으로 임의 장착돼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또 교습 중 사고가 발생되더라도 보험처리를 받지 못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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