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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장물 취급받으면 역사적 기록 지우면 그만”

등록 2005-10-04 11:42수정 2005-10-04 13:25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28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청과 산하기관에 대한 국회 문광위의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28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청과 산하기관에 대한 국회 문광위의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유홍준 청장, 국감장 발언으로 조계종과 마찰
“문화재를 관리하는 최고의 수장은 도굴과 장물을 거래하는 범죄자들과는 달리, 문화적 역사의식과 투철한 준법정신에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조계종 중앙신도회)

베스트셀러 <나의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이 남다른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발언으로 ‘자격’ 논란에 휘말렸다.

조계종 중앙신도회는 9월29일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도굴범들의 스승인가! 길잡이인가’라는 논평을 내어 전날 국정감사장에서 유 청장의 발언을 맹비난했다. 유 청장이 전날인 28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조계종 소속의 현등사가 삼성문화재단과 소송중인 ‘현등사 사리구’와 관련해 “삼성문화재단이 장물로 취급 받으면 역사적 기록을 지워버리면 그만”이라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신도회는 “부당하게 약탈된 우리 문화재의 반환을 추진하고, 문화재 보호에 앞장서야 할 최고 책임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처럼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유 청장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삼성문화재단과 조계종 소속의 현등사가 벌이고 있는 ‘사리구’ 반환소송이 뇌관이 되었다. 현등사는 8월22일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호암미술관이 보관하고 있는 사리구는 현등사가 도난당한 것으로 삼성이 장물을 취득했기 때문에 돌려달라”고 민사조정신청을 냈다. 현등사는 “사리구에 ‘현등사’라는 명문이 있어 삼성문화재단에서 장물인지 모르고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쪽은 “사리구의 소장 경위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현등사의 반환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렇게 양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9월28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현등사 사리구 반환 소송이 논란이 되었다.

삼성문화재단-조계종 ‘현등사 사리구’ 장물취득 논란


김재윤 열린우리당 의원은 현등사쪽 주장을 빌어 “사리구에 ‘현등사’라는 명문이 있어 삼성문화재단에서 ‘장물’인줄 모르고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삼성이) 이미 공개한 문화재 가운데 장물인 것은 국가가 환수할 생각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유 청장은 “삼성문화재단이 장물로 취급 받으면 (역사적 기록을) 지워버리면 그만이다. 법리상 아무 문제가 없다. 박물관이니 (잘 보관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다”고 답변했다.

유 청장은 또 “개정된 문화재법이 ‘장물 문화재 취득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없앤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 의원의 질의에 “공소시효 때문에 (문화재 소유자가 밝히기를 꺼려) 오히려 유물 문화재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유 청장의 발언이 신도회를 흥분시켰다. 법적 공방이 치열한 상황에서 문화재 관리의 최종 책임자인 유 청장이 ‘장물 문화재를 사들인’ 삼성 쪽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신도회는 “문화재를 관리하는 최고의 수장은 도굴과 장물을 거래하는 범죄자들과는 달리, 문화적 역사의식과 투철한 준법정신에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할 것”이라며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국정감사에서의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기를 희망한다”고 비판했다.

유 청장 “장물 공소시효 없애자 악의적 문화재 파괴 많다는 취지”

그러나, 유청장은 30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국정감사장이라 답변할 시간이 짧아 문화재 일반에 대한 문제와 현등사 사리구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두 말이 뒤엉켜 오해가 있었던 것”이라며 “소송중인 사건에 대해 문화재청이나 학자로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유 청장은 “문화재 보호법에서 장물로 취득한 문화재의 공소시효를 없앤 뒤 불교 탱화에 작품 연도를 지워버리는 등 악의적으로 문화재 파괴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이라며 “문화재 일반에 해당하는 것이지, 현등사 사리구를 특정한 발언은 아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도 “삼성쪽의 범의성(법을 어길 의사)이 없었다는 말을 강조해 말하려던 것이 오해해 들린 것 같다”며 “청장의 발언대로 삼성이 문구를 지운다거나 한다면 문화재 훼손죄로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거들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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