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재력가 살인사건 피고인쪽 진술
“범행도구·장소 등에 의문” 주장
검찰과 공방은 싱겁게 끝나
미국·영국 등선 증인으로 채택 많아
“범행도구·장소 등에 의문” 주장
검찰과 공방은 싱겁게 끝나
미국·영국 등선 증인으로 채택 많아
살인교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강서 재력가 살인사건’의 김형식(45) 전 서울시의원 공판에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가)가 등장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용빈)는 16일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를 증인으로 불러 진술을 들었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이 살인을 사주했다는 팽아무개(45·1심 징역 25년)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려고 배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프로파일러가 재판의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배 교수는 청부살인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범행에 쓰인) 손도끼는 살해 도구라기보다 싸움 도구”라며 “살인보다 강도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도끼날이 있는데 등으로 공격했다는 것도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장시간 준비한 청부살인의 경우 자신에게 유리한 곳을 선택한다”며 피해자 사무실에서 범행한 것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판결문 검색 결과, 손도끼 날로 사람을 살해한 사례는 없고 손도끼 등으로 살해한 것만 나온다”며 판결문을 여럿 제시하면서 반박했다. 또 “(배 교수는) 경찰에 실제로 근무한 기간이 2년밖에 안 되지 않냐”고 했다. 검찰이 “함께 근무한 경찰관은 증인이 진술 분석을 한 것이 한건도 없다는데 맞느냐”고 묻자, 배 교수는 “결재라인을 통해 올라간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프로파일러와 검찰의 공방은 ‘기대’만큼 치열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마치면서 증언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프로파일러가 재판 증인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미국이나 영국은 프로파일러가 증인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다. 피고인이 그런 범행을 저지를 성격인지, 습관과 행동이 그에 걸맞은지 등을 분석해 증언한다. 범죄 현장에 나타난 특성이 피고인의 습관이나 직업과 부합하는지도 증언한다”고 설명했다. 또 “프로파일러의 증언은 물적 증거나 피해자 등 당사자 진술보다 증거 가치는 떨어지지만 참고자료로는 많이 사용된다”고 했다.
서울남부지법 국선변호인인 신민영 변호사는 “사건을 목격하거나 직접 관련된 사람이 아닌 전문가가 증인으로 나오는 경우는 의사가 대부분이다. 프로파일러가 증인으로 나오는 것은 아주 드물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에게 1심 구형량과 같은 사형을 구형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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