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 16일 밤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경찰과 시민들이 충돌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경찰이 지난 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현장에서 연행한 시민들을 조사한다며 휴대전화를 압수해 페이스북 등 사적인 통신 내용까지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 점거 등을 이유로 입건한 이들의 통신 내용까지 확인한 것은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권·시민단체들이 참여한 ‘사이버 사찰 긴급행동’은 23일 오후 서울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집회 참가자의 페이스북을 열람하는 등 인권침해 사례가 다수 접수됐다. 이는 범죄 혐의 입증과 관련이 없는 위법한 공권력 집행”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내준 압수수색영장의 ‘범위’를 넘어선 공권력 남용이라는 것이다.
이 단체에 자신의 휴대전화가 압수됐다고 밝힌 이들은 42명이다. 당시 연행자 100명 가운데 유가족 21명을 뺀 일반 참가자 79명 중 절반이 넘는 이들이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셈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받은 홍승희(25)씨는 “범죄 관련 정보만 열람한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경찰이 페이스북, 카카오톡 내용과 사진까지 모두 본다고 했다. 부모님도 본 적 없는 사생활을 왜 경찰이 보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강동서로 연행된 김아무개씨도 “경찰이 페이스북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근식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 “범죄 혐의와 관련한 사실 인정을 하지 않을 때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아람 변호사는 “단순 집회 참가자가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다. 페이스북까지 본 것은 영장의 열람 범위를 넘어서 해당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셈”이라고 했다.
지난해 경찰은 세월호 집회 주최자의 카카오톡에 연결된 친구·가족 간 대화 내용까지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이버 사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박태우 김규남 기자
ehot@hani.co.kr